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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종편 재승인을 둘러싼 보수·진보언론 간 보도태도는 우리 언론의 ‘진영논리’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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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신문사 사장은 언론사가 기업에 종속되는 ‘자본권력’과 함께 특정 정파나 이념 등에 매몰된 ‘진영논리’를 신문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편집국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A신문사 사장의 이런 인식은 진영논리에 갇혀 있던 신문사들이 최근 미래의 독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1980년대 ‘민주화 바람’과 함께 나타난 진영논리는 일부 신문사들에겐 독자를 붙잡기 위한 ‘상업주의’의 토대가 됐다. ‘충성도 높은 독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신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독자를 전면으로 내세운 것뿐이다. 참여정부 때 보수·진보 언론사 간 진영싸움은 최고점에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자사 이기주의’를 위한 방안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A, JTBC, TV조선 등 종편 3개사 재승인과 관련된 이슈인데, 종편 채널의 대주주인 보수신문 3사는 재승인 심사 통과나 볼거리 다양성 확보 등에 초점을 맞췄고 경향, 한겨레 등은 방통위의 ‘끼워 맞추기’식 재승인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보수신문들은 지난 20일 ‘지상파 과점깨고 볼거리 확대…‘종편2기’출범’(조선일보), ‘채널A 등 종편 3사 재승인 심사 최종 통과’(동아일보) 등을 다룬 반면 진보신문들은 ‘‘보도비율 47%’ 과도한데도 종편 재승인’(경향신문), ‘보도 불공정 인정하고도…방통위 ‘종편 거수기’ 자처’(한겨레신문) 등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보도행태는 언론의 이미지와 신뢰를 갉아먹는 기사라는 게 언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 한국언론연감’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가장 많이 보는 열독신문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 평가(5점 척도)는 2010년보다 각각 0.34점씩 떨어진 3.34점과 3.28점을 기록했다. 더구나 공정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에 대한 평가(대체 그렇다+그렇다)에서도 ‘국민 이익보다 자기 회사 이익을 우선시 한다’(79.5%)와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다’(75.4%)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도 추락의 원인을 전적으로 진영논리에 빠진 언론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진영논리가 ‘자사이기주의’나 ‘상업주의’와 맞물려 기존 독자들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식의 언론 태도다.
그러나 현재 주요 신문사의 부수가 유지되거나 그나마 감소폭이 작은 것은 이런 목소리를 원하는 독자들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부수 유지를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언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주요 보수 신문사들이 신문 부수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메이저신문 임원은 “메이저신문 중 일부사가 막대한 부수 확장비용을 쏟아 붓기 때문에 나머지 2개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무의미한 경쟁은 결국 신문이 함께 공멸하는 것을 재촉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진용논리가 미래의 잠재적 독자를 끌어오는데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에서 일부 신문사를 중심으로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 진영논리와 같은 목소리가 일부 기존 구독자들에겐 ‘청량제’역할을 하겠지만,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데엔 불리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올해부터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 독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콘텐트’를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중앙일보는 한겨레와 함께 지난해 5월부터 똑같은 사안에 대한 사설을 맞바꿔 게재하고 있다. 사설은 그 신문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조선도 올 상반기 안에 크로스미디어 ‘천국의 국경을 넘다’ ‘와글와글 합창단’ 등에 이어 ‘디퍼런트 뷰’를 선보인다. 디퍼런트 뷰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보수·진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다각도로 분석하는 기획기사다.
반면 한 진보 신문사 임원은 올해부터 보폭을 넓히기로 했다. MB시절 ‘정치적 탄압’ 때문에 정권과 일정 거리를 뒀지만, 올해부터 보수 정치권 인사에 대한 만남의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들 신문이 이런 움직임에 나서는 것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종이신문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미지 쇄신에서 뒤처질 경우 이런 기회마저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메이저신문으로 지칭되던 ‘조중동’이 권위의 상징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고, 젊은 독자들을 끄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신문 역시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만 담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고위 간부는 “올해 조중동 프레임에서 벗어나 중앙만의 신뢰받은 콘텐트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객관성을 위장해 독자를 호도하기보다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 ‘믿을 만한 신문’을 만들 것이고, 이런 것이 담보돼야 콘텐트 유료화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