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프로그램 개편이 ‘친박’ 개편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노사가 함께 논의하는 공정방송위원회가 파행돼 논란을 빚고 있다. 아침시간대 청취점유율이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갑자기 폐지되고, 신설된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친박 성향 평론가의 MC 낙점설이 도는 등 ‘공정성’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사측 위원의 공방위 부정 발언과 일방적 정회로 공방위가 30분만에 결렬됐다. 이에 KBS 양대 노조는 사측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2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과 신관 등지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난 21일 열린 3월 노사 정례 공정방송위원회에서는 최근 폐지가 결정된 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와 관련해 1라디오 제작자율성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사측 위원으로 참석한 이제원 한민족방송부장은 오히려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에 명시된 공방위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노측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통상 본부장이나 국장급이 공방위 사측 위원으로 참석하는 관례에서 1라디오와 관련 없는 한민족부장이 참석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부장은 “편성규약 9조 2항(편성ㆍ보도ㆍ제작 과정에서의 제작 자율성의 침해)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 있다”며 “편성과정에서 제작자율성 침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편성에 관한 권한은 노측이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라디오 위원회 등에서 충분히 일선 제작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 안건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노사가 사전에 협의한 안건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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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KBS 본관 1층 출입구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친박개편 추진과 노사 정례 공방위 파행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였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
하지만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서에는 ‘공방위는 공정방송에 관한 편성ㆍ제작ㆍ보도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논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편성규약에는 ‘각 본부별 편성위원회에서 조정이나 해결되지 않은 사안은 전체 편성위원회에 상정하며 전체 편성위는 공정방송위원회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편성과 관련된 문제가 공방위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이 부장의 발언은 단협과 편성규약을 명백히 부정한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사측 위원이 노사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노측을 상대로 고성과 호통을 치며 하는데도 사측 대표인 류현순 부사장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 무능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노측이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자 정회를 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회의 결렬을 선언했다.
KBS본부와 KBS노조는 “사전에 노사 협의를 통해 채택된 안건이 공방위 자리에서 사측의 말바꾸기로 인해 다뤄지지 못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사측이 노사관계와 공정방송에 대해 극히 편협한 인식을 가진 인사를 공방위 위원으로 내보내 고의적으로 공방위를 파행시키고 개편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길환영 사장은 지난해 12월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공방위 등을 근거로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는 그것이 거짓말임을 보여준다”며 “양대 노조는 이번 공방위 파행 사태가 앞으로의 노사관계에 대한 사측 입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보고 공동으로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봄 개편 이후 KBS 1TV에 신설될 시사토크 프로그램 ‘시사진단’ 진행자에 친박 평론가로 분류되는 고성국씨가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 고씨는 최종 후보 5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국씨는 지난 대선 기간 OBS, YTN, BBS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친박 성향의 언행을 보이며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에도 KBS 봄 개편에서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거론되다 구성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양대 노조는 당초 공방위에서 고성국씨 MC 내정과 지난 20일 청와대 민관합동 규제개혁회의 생중계에 대한 항의도 할 계획이었지만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KBS본부는 “과거 노골적인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에 부적절한 인물로 이미 단죄가 내려진 인사임에도 거론되는 현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MC 선정 철회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KBS기자협회도 20일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정파성 있는 인물을 세우려는 시도는 KBS의 공영성을 해치는 해사행위”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파성 있는 인사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 흠결 여부와 관계없이 불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