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TV조선, JTBC, 채널A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에 대한 재승인이 결국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종편 3사와 뉴스Y에 대해 조건 및 권고사항을 첨부해 재승인을 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재승인 심사 채점표 등 관련 자료가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조차 제공되지 않은데다가 야당 추천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인 결과여서 ‘묻지마 재승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채점표 공개도 없이 묻지마 심의? 이날 회의에선 종편 재승인 심사 채점표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 추천 위원들과 방통위 사무처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양문석 위원은 “재승인 심의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심사 자료조차 보지 않고 회의를 계속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심사위원 명단을 제외한 채점표 공개를 요구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상임위원들에게 9개 심사항목에 대한 점수만 공개하고 세부 항목별 채점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종편 사업자들이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제출한 사업계획서도 위원들에게 ‘보안서약서’를 받은 뒤에야 열람토록 하게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위원은 “과장도 보는 채점표를 상임위원이 왜 못 보냐”며 “방통위 최고 의결단위인 전체회의에서 심의하는 상임위원이 채점표와 중간 총계를 내달라고 하는 게 법적으로 위반된 요구냐”고 방통위 사무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김용일 방송지원정책과장은 “현 단계에서 공개되면 심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곤란할 수 있다”며 재승인 의결이 끝난 뒤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내가 당신 상급자다. 상급자가 방통위 설치법에 규정된 대로 심의·의결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하는데 왜 방해하냐”며 “자꾸 점수표를 안 보여주면 의심과 조작 의혹이 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방이 길어지자 이경재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보여주는 게 어떤가”라며 중재안을 냈지만, 홍성규 위원이 “점수가 공개되면 명단이 없어도 누가 한 건지 다 알 텐데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앞으로 전문가들이 심사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극구 반대했다. 결국 양 위원은 “이런 불량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며 퇴장했고, 김충식 부위원장도 “모순투성이의 납득하기 어려운 심사를 의결해야 한다는 게 서글프고 안타깝다”며 뒤이어 회의장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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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 재승인에 관해 이목이 쏠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19일 오전 회의를 열고 TV조선, JTBC, 채널A, 뉴스Y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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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종편 3개 사업자에 대해 사업계획의 성실한 이행과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확보방안 마련,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 비율 및 외주제작 편성비율 준수 등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엄정하게 평가되고 재승인 여부를 결정짓는데 반영됐어야 할 사항들이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란 이름으로 부과된 것이다. 특별히 TV조선에 대해 “종편 위상에 걸맞은 정도로 보도 편성 비율을 낮출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지만 이 역시 강제성도, 실효성도 없는 ‘면피용’이다.
양 위원은 “종편이 승인 당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서 약속한 보도편성 비율 등을 전혀 지키지 않았는데, 재승인 심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양 위원에 따르면 TV조선은 2010년 사업자 선정 당시 2013년까지 보도편성 비율을 24%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3년 평균 보도 편성 비율은 38%에 달했다. 채널A는 23.5%로 승인장을 받고 실제로는 3년 평균 33%를 했다.
문제는 이들 종편이 개선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TV조선은 2014년 편성계획에서 보도 편성 비율을 무려 47.6%로 밝혔다. 채널A도 38.9%였다. 지난 3년간 보도 편성 비율을 오히려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까지 가능한 ‘기획·편성의 적절성’ 항목에서 TV조선과 채널A는 과락 기준을 넘겼다. 세부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콘텐츠 투자 실적도 형편없었다. TV조선은 3년 동안 연 평균 1180억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실제 투자는 318억원에 그쳤다. 당초 계획 대비 약 26%에 불과하다. 채널A는 1270억원 투자를 약속하고 35%인 440억원만 투자했다. JTBC가 가장 많은 770억원을 투자했지만, 당초 약속한 1740억원의 44%에 불과했다. 양 위원은 “모두 승인 취소 사유”라고 지적했다.
저조한 투자에 날로 치열해지는 방송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종편은 재승인 심사에서 또 다시 ‘장밋빛’ 계획을 내놓았다. TV조선은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평균 670억원을, JTBC는 2000억원을, 채널A는 86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양 위원은 “투자를 많이 하겠다는 게 의미는 있지만 투자의 적정성과 재정 능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뭔가 설명이 있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OBS 잡을 때는 그렇게 득달같이 증자계획과 투자계획을 받아오라며 어렵게 승인해주더니 이렇게 황당하게 두 배가 뛴 것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범죄적 행정” “합의제 정신 훼손” 이처럼 편성 비율, 콘텐츠 투자 계획, 일자리 창출 등 승인 조건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지만 종편 3사는 ‘승인시 부여한 준수사항 이행 여부’ 항목에서도 과락을 면했다. 시정명령 횟수와 불이행 사례 항목에선 3사가 동일하게 4점 감점을 받았다. 채널A는 주요 주주변경 사실을 방통위에 통보하지 않아 추가로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방통위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감점 항목에서 뺐다. 정종기 방송정책국장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승인 조건도 지키지 않고, 사업계획서는 자의적으로 바꾸고, ‘보도채널’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보도 편성 비율을 오히려 높이겠다고 배짱을 부리는데 종편 3사 모두 3년간 수명을 연장 받은 셈이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범죄적 행정”, “어정쩡한 집행유예”라는 수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심사 결과를 비판하고 재심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 직후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제 정신이 훼손됐다”며 “국민 한 사람으로서 기만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유 의원은 “심의 자료도 주지 않고 무조건 심사 결과를 따르라는 회의 진행이 야당 위원들을 들러리로 간주하고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며 “심사 결과는 완전 무효”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실무자를 대변하듯 정부의 들러리 같은 역할을 하는 정부여당 위원들의 태도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 승인 심사 자료 12만장을 분석해 심사 당시 총체적 부실을 낱낱이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어느 하나 수용하지 않고 재승인 심사 기준 미비점을 보완하라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재승인 심사 결과가 이렇게 나오리라는 것을 예상했고, 탈법적 행위가 안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가 충분히 의심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달 말 중 종편 3사와 뉴스Y에 대한 승인장을 발부하고 5월경 재승인 심사에 관한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