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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량 미달 여론조사 보도 홍수

표본 대표성 확보 어려운 점 악용

김창남 기자  2014.03.19 14: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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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와 한국방송학회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보도의 공정성과 심의제도’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자들은 인터넷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 기자들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민 10명 가운데 8명가량은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하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21일 충청매일, 신아일보 KNS뉴스통신, 더이슈, 뉴스천지, C뉴스041, 충남일보 등 7개 언론사가 이런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로부터 무더기 ‘경고’조치를 받았다.

이 기사는 충남도청 출입기자단이 충남도청 공무원, 도의원,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라고 밝혔지만, 여론조사에 참가한 충남도청 공무원은 전국공무원 노조 소속 55명과 도의원 37명, 출입기자 15명 등 107명이였다.

문제가 된 부분은 공무원을 무작위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전국공무원 노조 소속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들의 의견이 충남 도민 전체 의견인 것처럼 과대 포장됐다는 점이다. 특정 정치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여론조사 결과로 볼 수 있은 대목이다.

이처럼 인터넷신문이 선거보도를 하는 데 가장 많이 위반하는 사례는 여론조사다. 과거보다 지면에서 다뤄지는 후보자 간 ‘기계적 형평성’에 대해선 개선되고 있으나, 공정치 못한 여론조사는 선거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인터넷매체의 선거보도를 심의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4~2014년 심의·조치한 불공정 선거보도건수는 총 1264건이고, 이 중 여론조사 위반 건수가 571건(45.3%)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열린 2012년 여론조사 위반 건수는 304건에 달해 공정성(86건), 객관성(25건) 위반 건수를 훨씬 웃돌았다.

인터넷언론이 여론조사 보도에서 자주 범하는 위반 사례는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도 그대로 보도하거나, 공직선거법에 요구하는 여론조사보도의 공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파성을 띠거나 사익을 좇는 인터넷 매체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이런 실수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독립 인터넷 언론사의 전문성 부족과 이에 대한 교육 부재도 함량미달의 여론조사 보도가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는 “선거보도 영향력이 일반 뉴스와 달리 짧은 시간 내에 비교적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 전문기자에 대한 교육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여론조사 보도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 포함),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 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등을 함께 밝히면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도 여론조사가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공정하지 못한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의 선거 구도에서 미치는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여론조사의 맹점 때문에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선거보도의 핵심이 될 수 없다고 언론학자들은 설명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여론조사를 의도적으로 조작할 경우 박빙의 선거구도에선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인데 우리 언론이 흥미성이나 손쉽게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