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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기자들의 육아휴직 활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이지만, 아직도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여러 이유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데 망설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 문화센터에서 유아완구를 체험 중인 부모와 아이의 모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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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휴직 보장 언론사 확산속
회사 눈치에 6개월 미만 많아
인력난·경력단절 우려도 한몫결혼과 출산, 육아는 곧 퇴사를 의미했던 그 시절이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기자라는 업무 특성상, 일부 언론사에는 육아휴직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모든 언론사는 근로기준법 74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19조, 그리고 각 사별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90일의 출산전후휴가와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출산휴가는 이용률이 100%에 가까울 만큼 활성화됐지만 1년 가깝게 회사를 떠나있어야 하는 육아휴직의 경우 각 사마다 이용률에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 국민일보, KBS, MBC 등은 육아휴직 1년을 부담 없이 사용하는 분위기다. 70~80%의 여기자들이 1년을 모두 채워 육아에 전념하고 있고, 개인 사정에 따라 일부는 3~6개월의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들은 “전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경향, 한겨레, 국민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남성기자들도 육아휴직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나온 국민일보의 한 기자는 “남성 기자가 휴직을 썼다고 편집국이나 회사 차원에서 압박이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가정생활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일경제, 한국경제, 조선일보, 연합뉴스, SBS 등은 육아휴직에 관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기자들의 목소리다. 여성 기자들도 육아휴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보니 남성 육아휴직자가 나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기자들은 육아휴직을 반기지 않는 조직문화, 부족한 대체인력,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매일경제 한 기자는 “전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용감하게 휴직을 신청하고 나면, 동료나 후배들도 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신문도 2~3년 전 한 여기자가 1년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후 제도가 완전히 정착됐다. 서울신문 한 기자는 “당시만 해도 ‘1년은 너무 긴 거 아니냐’는 말이 있었고, 명시적으로 압력을 주진 않지만 부서에 피해가 갈까봐 눈치를 봤다”며 “하지만 그 후로는 무조건 1년을 채워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매경 기자는 “숙련된 기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데스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연합뉴스도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숙제다. 내근직 부서에서는 드물게 1년을 모두 채워 육아휴직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선 취재부서는 그렇지 못하다. 연합 한 기자는 “지금까지는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대체인력을 선발하거나 재배치가 가능하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실제로 업무강도가 녹록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조직에서도 반가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조선일보 한 여기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조선일보에서 6개월 이상 장기 육아휴직을 쓴 전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장기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유모차 경품까지 내걸기도 했다.
또 한국경제 한 여기자도 지난 2월 말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9개월을 신청하며 장기 육아휴직의 물꼬를 텄다. 통상적으로 한경 여기자들이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3개월을 신청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한경 한 기자는 “한경은 여기자 수가 적다보니 같이 나서기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첫 사례가 나오면서 다음 육아휴직 신청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은 과제는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경향 등 일부 언론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육아휴직 종료 후 인사 상 불이익(타 부서 배치, 임금 삭감, 해고, 근속기간 미포함 등)을 주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경 기자는 “경력단절 때문에 개인적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어하는 여기자들도 있다”며 “회사 측에서 적절한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또 기자들 스스로 조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의식을 하는데, 이에 대한 회사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