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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비판 뉴스 누락하고, 기자들 변방으로 내몰고

YTNㆍMBC 기자들 무력감 호소
패배주의적 자기검열 빠질 우려도

강진아 기자  2014.03.19 14: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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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서울 남대문 YTN타워 1층 로비에서 YTN 권영희 노조위원장(맨 오른쪽) 등 노조 집행부가 지난달 사건팀 특종기사 내용 삭제에 따른 이홍렬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은 완전히 땅바닥에 내팽개쳤다.(YTN 공채 8기)”

YTN과 MBC의 잇따른 특종기사 누락 및 삭제 사태로 현장에서 뛰는 젊은 기자들의 깊은 한숨이 늘고 있다. 두 방송사 모두 지난해 국정원 관련 불방 사태로 내홍을 겪었지만 또다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일선 기자들은 반복되는 상황에 “연장선상”이라면서도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2008년 낙하산 사장 이후 보도 가치가 있어도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기사가 삭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지금도 2014년 한국사회에서 권력의 정점(대통령)에 있거나 상층부(국정원ㆍ대기업)에 있는 것들은 쉽게 보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YTN 기자)”

YTN은 지난달 이홍렬 보도국장 지시로 경찰 무대책 증원 기사에서 박 대통령 공약 부분이 삭제되며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노조 및 기수별 성명 등을 통해 국장 퇴진론이 불거졌다. MBC도 이달 KT정보유출 단독 기사가 뉴스데스크 진행 도중 누락된 후 KT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받는 등 석연치 않은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기자들은 실제 드러나지 않을 뿐 크고 작은 사례가 훨씬 많다고 전했다. 단독ㆍ특종뿐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보도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YTN 한 기자는 “당대에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력의 뒷모습이나 폐해가 자유롭게 보도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정권에서 불편해할 보도를 안 했으면 하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자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껏 공들여 제작한 뉴스가 계속 차단되다보니 아이템 발제부터 취재, 기사 작성 등 모든 단계에서 패배주의적인 자기검열에 빠지게 된다. 데스크와의 시끄러운 충돌을 피하고자 입을 다물게 되고 문제 제기도 점차 시들해진다. 어느새 민감한 이슈보다 날씨ㆍ건강 등 연성화 된 주제가 주를 이루게 된다. MBC 한 기자는 “자기검열이 가장 무섭다”며 “아이템이 통과될 수 있을지, 기사를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을지 예전에 하지 않던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저하되고 무력감이 쌓이면 결국 조직 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래로부터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못해 조직도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YTN 한 기자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간부들 행태에 체념이 든다”며 “주변에서도 ‘이런 식이면 회사 다닐 맛이 안 난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초심’을 말하기 전 스스로 처음의 마음가짐을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부들은 이같은 기사 수정이 자연스러운 ‘데스킹’이라고 주장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YTN 다른 기자는 “선배들로부터 배워온 취재과정과 기사작성이 부정당한 것”이라며 “데스킹의 가장 본질적 의미는 보도 과정에서 외압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사 가치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다. 의견 조율은커녕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안 된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창 현장에서 뛰어야 할 취재기자들을 비취재부서로 보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도 문제다. MBC는 최근 인사에서 기자들을 보도와 관련 없는 부서로 보내 ‘보복 인사’ 비판을 받고 있다. 파업 직후 경인지사로 부당 전보된 후 현업에 복귀한 지 1년도 안 된 6년차 기자와 이름뿐인 보도전략부에 있던 한 차장급 기자를 경인지사로 내친 반면 KT기사 누락의 주범인 편집부장은 센터장으로 승진시켰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현장에서 분투하던 사람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고 쫓아내는 것이 사측이 원하는 정상화인지” 비판했고, MBC 한 기자도 “기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로 해당 기자뿐만 아니라 동료 선후배들에게 큰 무기력과 허탈감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