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객 정보 1170만명 유출’ 특종 기사가 MBC 뉴스데스크에서 누락된 지난 5일 저녁. 뉴스데스크가 끝나자 KT 측은 몇몇 MBC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 직원이 긴장 속에 뉴스데스크를 지켜봤는데 기사가 빠졌다. MBC가 신경 써줘서 고맙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KT 특종 기사가 누락된 과정을 담은 민실위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KT정보유출 특종 기사는 지난 5일 뉴스데스크 방송 직전까지 큐시트 후반부에 잡혀 있었지만 뉴스데스크 진행 도중 누락됐다. 해당 부서는 5일 오전 첫 편집회의에서 이 아이템을 ‘단독’으로 발제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 큐시트 후반부인 23~25번째에 줄곧 배치됐고, 제작과 편집까지 마쳐 송고했지만 결국 뉴스데스크 진행 과정에서 기사는 빠졌다.
다음날인 6일 타 언론사들도 정보를 입수하고 경찰 취재에 돌입했다. 오후에는 경찰의 공식 언론 브리핑이 진행됐고 KT 기사는 연합뉴스 속보를 비롯해 타 언론과 주요 포털사이트에 종일 ‘메인 뉴스’로 걸렸다. 7일 주요 조간신문의 1면도 일제히 장식했다.
단독 취재를 한 MBC 담당 기자와 동료 기자는 1주일 가까이 경찰 취재원의 입단속을 하며 팩트를 수집하는 등 보안 유지에 철저히 신경썼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MBC도 타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온 6일 부랴부랴 뉴스데스크에 보도했지만 전날 발제한 기사와 큰 차이는 없었다. 타사 기자들은 “경찰 기자로서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한 큰 특종”이라며 오히려 MBC 기자들을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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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민실위 보고서. 지난 5일 KT정보유출 특종 기사가 뉴스데스크 방송 도중 누락된 사실을 비판했다. (MBC본부 민실위 보고서 캡쳐) | ||
특종 누락에 대해 편집부장은 뉴스 진행 과정에서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민실위에 따르면 편집부장은 당시 “큐시트를 수시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원인 불명으로 ‘단독’ 타이틀이 빠졌고 뉴스 시간이 모자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반 기사와 혼동한 나머지 뺐다”며 “해당 기자와 부서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가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책임을 돌렸다. 김장겸 보도국장도 7일 편집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김 국장은 “스트레이트는 뉴스의 기본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면서도 “회사 내부 일을 누군가 고의로 유출했다”며 특종누락보다 유출 문제를 거론했다.
민실위는 스트레이트가 고질적으로 홀대되는 시스템이 낳은 사태라고 분석했다. MBC 내부 구성원들도 계속된 특종 누락이 스트레이트 홀대 현상으로 이어져 기자들의 사기가 저하될까 우려했다. 중견급의 MBC 한 기자는 “구성원 간 합의든, 책임자의 지시든, 다른 근거든, 스트레이트를 대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기사 가치나 아이템에 대한 일관된 판단 기준과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현장 기자가 발굴해오는 아이템, 특히 고발성 스트레이트가 홀대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 구성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사기 저하와 소통 불능으로 결국 경쟁력 추락을 더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 기자도 “현 보도국이 현업 구성원의 업무상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편견없이 존중했는가. 최소한 기초적 소통이라도 이뤄지는가”라고 반문하며 “특정 부서나 기자 책임을 묻기 전 수뇌부가 노력했는지 먼저 돌아봐야한다”고 밝혔다.
MBC는 프로그램 관련 준칙에서 ‘사적인 이해관계에 치우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