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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사장…정권에 충성 다하라 메시지

MBC 해직자들이 말하는 안광한 체제

강진아 기자  2014.03.12 13: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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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광한 MBC 사장이 첫 출근하던 지난달 24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고방식 고수 가능성
임원진 인선 독재체제 연상시켜
안 사장, 최소한 자존심 지켜야


지난달 21일 안광한 MBC 사장 선임 소식을 듣고 MBC 해직 언론인들은 한마디로 “암담했다”고 했다. 김재철 전 사장 아래 부사장을 역임한 안 사장은 인사위원장으로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수많은 징계와 해직 사태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은 “김재철 체제에서 해고·정직 등 징계 받은 이들만 100명이 넘는데 안 사장은 그 실질적 책임자”라며 “징계 주체가 사장이 됐는데 징계를 당한 당사자나 국민 모두 얼마나 허탈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어렵게 언론을 장악한 만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MBC가 언론사로서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 된다”고 말했다. 최승호 PD도 “최악의 김재철 체제에서 두 번째로 책임이 큰 사람을 사장에 임명한 것은 MBC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자격 미달인 사람을 앉히고 충성을 다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입김은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박성제 기자는 “김재철 전 사장은 최소한 방문진에 독립성은 갖고자 했다”며 “지금은 김재철 사고방식에 방문진의 꼭두각시 경영진이다. 방문진에 의지해 임원이 됐으니 ‘섭정’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재철 사람들’로 채워진 임원진 인사는 자리만 바꾼 모양새다. 이 기자는 “김재철이 쫓겨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시 임원이었던 이들이 2~4년째 자리만 바꿔 장기 독재 체제를 형성하는 기이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인력풀도 없고 경쟁도 안 된다는 것이다. 도돌이표 마냥 제자리”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MBC가 시청자 신뢰와 경쟁력이 나락으로 떨어지며 더 이상 망가질까 했는데 착각이었다”며 “안광한 사장부터 부사장·보도본부장 인사를 보며 바닥 아래 지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탄식했다.

최 PD도 “구성원들은 경쟁력을 살릴 사람을 원했을 텐데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며 “철저히 개인 이익으로 행동하는 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PD·기자들의 자율권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이템조차 윗선의 결정이 비일비재하다”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하다보니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직 문제도 전향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직자들은 “법원의 판결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월 법원은 1심에서 파업으로 인한 해고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업은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돼 정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 사측은 즉각 항소했다. 박 기자는 “1심에서 합리적 판결을 내렸기에 2심과 대법원에서 정당함을 인정해주길 바랄 뿐”이라며 “해직 문제와 별도로 기자들은 불공정 보도에 맞서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MBC 해직자들은 임기를 시작하는 안광한 사장에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 전 위원장은 “실낱같은 기대라면 안 사장 자신이 묶은 매듭을 풀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했고, 박 기자는 “MBC 사장으로서 정권과 방문진에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기자와 최PD도 “30여년 일해온 회사의 생명력을 생각하며 오늘날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MBC와 구성원들을 한번쯤 돌아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