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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에 무너지는 온라인 저널리즘

제목만 바꿔 같은 내용 계속 올려
광고 탓…포털도 모르는 척 눈감아

김창남 기자  2014.02.26 14: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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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언론사 소속 닷컴들이 네이버 뉴스스탠드 전환 이후 반토막 난 트래픽을 만회하기 위해 ‘기사 어뷰징’과 ‘검색어 기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A기자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인기뉴스’ 톱 10에 검색어 기사가 3개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편집국 내 100명 가까운 취재기자들이 공들여 생산한 기사보다 인턴 기자 1명이 만든 ‘검색어 기사’가 더 많이 읽혔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사 온라인뉴스 담당자들은 검색어 기사를 ‘마약’에 빗댄다. 검색어 기사의 ‘단맛’에 한번 중독되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조·중·동도 대놓고 뛰어들어
온라인뉴스 종사자들 입장에선 검색어 기사를 접하면 확연히 늘어나는 트래픽 때문에 그 유혹에서 빠져 나온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이 온라인저널리즘은 ‘뇌사 상태’에 이를 정도로 망가질 수밖에 없고, 이들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주요 언론사 소속 닷컴사 대부분은 너나할 것 없이 네이버에 실시간으로 뜨는 인기 검색어를 통해 ‘검색어 기사’를 만들어 내고, 여기에다 제목 등만 조금씩 가공해 똑같은 기사(기사 어뷰징·부당한 뉴스콘텐츠 중복전송)를 하루 수십여 차례 올리고 있다.

인기 검색어는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이용자들이 현재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엿보는 척도인데, 이를 통해 만든 검색어 기사에다 약간의 수정 작업만 거치면 포털 뉴스 검색에서 제일 상단에 위치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올릴 수록 포털 이용자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자사 사이트 트래픽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9일 미디어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9위가 탕수육과 짬뽕으로 도배되면서 주요 언론사닷컴에서 ‘정체불명’의 기사를 쏟아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더구나 예전엔 중소 매체들이 인건비 등을 위해 검색어 기사와 기사 어뷰징 장사에 나섰으나 최근 조선, 동아, 중앙, 매경 등 국내 주요 매체들도 대놓고 이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작년 12월 호주출신 유명모델 미란다 커 열애설 기사나 지난 19일 열린 탤런트 성현아 성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과 관련 기사가 수십 건 쏟아져 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5일에도 조선은 ‘숟가락 정리의 달인’기사를 4시간 동안 20여 차례나 전송했을 정도다.

트래픽이 언론사닷컴 매출 좌우
주요 언론사 닷컴들이 ‘트래픽 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광고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트래픽을 위한 검색어 기사나 기사 어뷰징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나든 것은 아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당시만 해도 기사 어뷰징이나 검색어 기사는 수익을 위한 경쟁이 아닌 각 사의 자존심이 걸린 ‘순위 싸움’을 위한 수단이었다. 언론사들이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기 시작한 것은 오버추어 광고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광고시장이 커진 반면, 네이버가 뉴스편집 정책을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꾸면서 언론사 트래픽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시장’이 만들어졌는데, 돈벌이 수단이 막히다보니 검색어 기사나 기사 어뷰징 등과 같은 편법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언론사 경영진 역시 눈으로 매출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니 ‘트래픽 거품’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각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일 순방문자(UV)수 기준으로 10만 클릭이 나오면 월 1000만원 안팎의 CPC(Cost Per Click) 광고 수익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사들이 검색어 기사를 노출하면 20만~30만 클릭은 족히 나오기 때문에 월 평균 2000만~3000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언론사들이 검색어 기사나 기사 어뷰징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트래픽은 또 다른 ‘검은 거래’에 악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자사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려달라고 했을 때 거래 금액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왜곡된 기사들은 온라인저널리즘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라는 게 언론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신문 산업이 쪼그라들면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자체가 ‘배부른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에 따른 사내 비판의 목소리도 무뎌지고 있다.

언론사 ‘가해자이자 피해자’
검색어 기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 언론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온라인저널리즘은 외면 받고 있다. 공들여 만든 기사는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고, 어렵게 출고한 단독기사는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손쉽게 복제·유통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저널리즘 생태계가 재투자되는 선순환구조가 되지 못하고, 검색어 기사 등 손쉽게 쓸 수 있는 기사가 온라인 뉴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언론 본령을 저버린다는 점에서 ‘소탐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이런 이유 때문에 검색어 기사를 쓰지 않고, 선정적인 온라인 광고 게재도 지난 2012년 2월부터 중단했다.

네이버 역시 단속을 손 놓고 있어 이런 문제가 확산되는데 일조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사 어뷰징이나 검색어 기사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으나 모든 언론사들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며 “결국 언론사 스스로가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