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기 방통위원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밀실 인사’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책임을 지닌 방통위원 선임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아예 공개적인 공모 절차 없이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이경재 위원장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남은 정부·여당 추천 몫으로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장과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SBS 기자 출신인 허원제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밀실에서 경합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4일부터 1주일간 공모를 실시했으나, 심사 기준이나 진행 과정 등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특정 인사의 낙점설에 무게가 실리며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2기 방통위에 대한 평가와 3기 방통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사실상 생략된 상태다. 전국언론노조와 현업인 단체 등은 △방송 분야의 전문성 △공공성에 대한 인식과 가치지향 △지역성 △소통과 통합·이해갈등 조정능력 △정치적 독립성과 정책추진력 △도덕성 등 6개 항목을 상임위원의 자격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묵묵부답이고, 민주당은 “당과의 소통이 최우선”이라며 동문서답이다. 차기 방통위원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 탓에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언론·시민단체들도 미묘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노조는 김충식 부위원장 연임에 반대하며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고삼석 중앙대 겸임교수와 울산MBC 사장을 지낸 이완기 민언련 정책위원장,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등을 민주당에 추천했는데 지역방송협의회는 이 중 이완기 후보에 대해 지역성과 공공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정 인사에 대한 비판과 지지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틈을 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 측근 ‘내리꽂기’를 위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주당 안팎에서 떠도는 호남 인사와 과거 DJ정부 인사 등의 낙점설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정당의 방통위원 추천은 유력 정치인이 측근을 앉히는 ‘권력’이 아니라 방송노동자들과 언론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최적의 전문가를 영입해야 할 ‘의무’에 속한다”며 “만약 정치인들끼리의 나눠먹기나 측근 내리꽂기와 같은 구태가 반복된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