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경찰 증원의 무대책 실행을 비판한 YTN뉴스가 보도국장의 지시로 박 대통령이 언급된 부분이 삭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YTN 사건팀은 물론 10년차 이하 11~13기 기자들이 잇따라 성명을 냈고, YTN노조도 연이은 불공정 보도에 따른 이홍렬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태는 지난 10일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보도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다. 대통령 공약에 급급해 대책 없이 많은 인원을 채용한 경찰 행정 문제를 꼬집는 본래 기사에서 마지막 문장을 제외한 ‘대통령 공약’ 내용이 삭제되면서다. 지난 2012년 10월 박 대통령 공약 발언 녹취 영상과 제목, 앵커 멘트 등 직접적인 부분들이다.
사건팀 9명의 기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보도국장 지시로 3번의 데스킹과 재제작을 거쳐 수정했지만 결국 원본과 비교해 대통령 부분만 삭제됐다는 설명이다. 사건팀은 “이번 보도과정을 통해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박’ 자도 대통령의 ‘대’ 자도 쓰지 못하는 언론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당초 기사는 지난달 19일 제작을 마쳤다.
특히 내부 기자들 사이에 문제의식이 높은 것은 후배 기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번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입사 2년이 지난 사건팀 막내 기자다. 취재현장을 누비며 기사를 발굴해야 하는 경찰기자들에게 이 같은 과정이 ‘위축’과 ‘자기검열’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건팀에는 수습기자들이 교육 중이다. 한 기자는 “기자들은 사건팀에서 발로 뛰며 기자정신과 취재방법을 익힌다”며 “후배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YTN 미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자연스러운 게이트키핑”이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국장은 14일 “당초 작성 기사에서 수정을 거쳐 기사 흐름과 무게가 달라지면 제목과 앵커멘트가 바뀔 수 있고 이는 리포트 제작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안은 사내에 잇따른 성명발표로 이어질 만큼 예민한 기사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준비부족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리포트 맨 앞의 대통령 대선공약 녹취를 쓴 것은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12기 기자들은 “최종 확정된 제목과 앵커멘트를 담당 기자와 캡, 데스크도 모르는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이트키핑인가”라고 반박했고, 13기 기자들도 “비판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기사 가치를 들며 후배 기사를 합당한 이유 없이 난도질하는데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YTN노조도 긴급 집행부 회의를 열고 “꺼져가는 YTN의 공정성과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이 국장 사퇴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며 “이미 YTN기협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았고 일선 보도국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이 국장의 사퇴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앞서 이 국장은 지난해 6월 YTN의 국정원 단독보도 방송 중단 논란으로 기자들에게 78.4%의 불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신임투표가 사규 위반이라며 수용하지 않았고, 이 국장은 최근 정기인사에서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