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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타전 경쟁…자국 경기 결과에 웃고 울고

전수진 중앙일보·중앙SUNDAY 기자가 전해온 '소치는 지금'

한국기자협회  2014.02.12 1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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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수진 기자  
 
‘글로벌 기자촌’ MMC엔 없는 게 없어

88개국에서 2000여명의 기자들이 모인 곳.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의 메인미디어센터(MMC)다. 2층으로 지어진 조립식 건물에서 기자들은 일하고 먹고 마시며 때론 잠도 잔다. 시차때문에 24시간 풀가동하는 MMC엔 없는 게 없다. 우체국·은행·미용실·세탁소·헬스장에 네일케어샵까지 완비돼 있다. 말그대로 ‘글로벌 기자촌(村)’이다.

그중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기자실에서 약 50보 정도 떨어진 술집이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경 문을 여는 이곳의 ‘바(Bar)’라고 쓰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국 시차에 따라 마감을 마친 기자들이 맥주며 보드카를 홀짝인다. 바텐더 올가(23)는 “이른 오후부터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기자실 근처 술집 기자들로 왁자지껄
미국에서 온 에드 훌라 주니어 기자는 “‘MMC 호텔’이라 불러도 되겠다”고 감탄했다. ‘높은 분들’이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숙소의 제한적인 레스토랑 종류와는 달리 이 곳엔 맥도널드부터 아시아·유럽·러시아 음식을 갖가지 팔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관계자는 “아침마다 햄버거를 먹으러 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소치 호텔 중 특히 미디어 호텔의 악명은 전세계적으로 높다. 석달 전에 결제완료한 방에 들어갔더니 생판 남이 자고 있고, 수돗물에선 누런 녹물이 나오며 옆엔 러시아어로 “위험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 음용 금지”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그나마 방이 있으면 다행. 개막 당일까지 완공되지 않은 시설 문제로 인해 MMC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기자도 꽤 있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97%의 호텔은 완공됐다”고 항변했지만 오히려 “그렇다면 3%의 미비 시설에 기자들을 몰아넣은 거냐”는 빈축을 샀다.

지금 기자 주위엔 영국·중국·프랑스 기자들이 앉아 생중계되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 기사를 타전 중이다.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맞지만 각국 선수들 결과에 따라 탄성과 한숨이 교차한다. 기자들도 은근히 자국 국기며 상징물을 가방이며 노트북에 붙이고 다닌다. 올림픽은 선수뿐 아니라 기자들끼리의 경쟁이기도 한 셈.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우승,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기자들 200만원짜리 오피스 임대

재미있는 건 일본어는 기자실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본은 올림픽·IOC를 전담하는 기자들이 유력 매체마다 2명 이상씩 있다. 개중엔 요미우리신문의 와카코 유키, 교도통신의 히로키 쇼다 기자처럼 10년 이상 이 분야만 파고들어 IOC측으로부터도 전문가급으로 인정받는 이들도 상당수다. 지난해 IOC 총회에서 도쿄가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로는 취재 규모를 더 키웠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MMC 2층에 개별 사무소 임대 공간을 둘러보니 수수께끼가 풀렸다. 올림픽 기간 동안 거의 모든 매체가 개별 오피스를 임대한 것. 가장 작은 규모를 빌리는데 적어도 200만원은 든다는 게 IOC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일본인 기자는 익명을 전제로 “취재단 규모가 크고 각자 특종을 하려다보면 개별 사무실을 꾸리는 게 필수”라며 “다음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한국의 언론사들이 개별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반문했다.

<소치=전수진 중앙일보·중앙SUNDA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