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선거방송을 감시해야 할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이 ‘무자격’ 논란에 휘말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3일 6·4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위촉했다. 그러나 불공정 보도 논란 끝에 퇴진한 전 KBS 보도본부장과 ‘성접대 로비’ 파문으로 낙마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 등이 포함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설치되는 기구다.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포함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위촉된 선거방송심의위원은 김수민 법무법인 영진 대표변호사(방통심의위 추천), 최홍운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방송학계), 김범식 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중앙선관위), 정일윤 전 진주MBC 사장(방송기자연합회),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새누리당),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시민단체),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방송사), 신헌준 법무법인 민 변호사(대한변협), 박현석 법무법인 이래 대표변호사(민주당) 등이다.
선거방송심의위는 3일 위촉식 후 첫 회의를 열고 호선을 통해 김수민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최홍운 전 편집국장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수민 위원장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서울서부·인천지검 검사장을 지냈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나머지 심의위원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이다. 고 전 본부장은 지난 2012년 편파·불공정 보도의 책임자란 비판 속에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고 퇴진했다. 그런데 그해 말 대선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새누리당 추천으로 선거방송심의위에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수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도 논란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2009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할 당시 SO 사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속에 불명예 퇴진한 인물이다. 당시 검찰 수사가 유야무야 된 탓에 처벌은 피했지만, 도덕적 흠결이 있는 자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4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제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들에 대한 추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정치적 편향성을 떠나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접대 로비 전력자가 위촉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들의 위촉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추천 몫으로 선임된 이재교 공언련 공동대표에 대한 자격 시비도 일고 있다. 공언련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을 두둔하는데 앞장서온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단체로, 시민단체로서 대표성을 띤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는 6월4일을 기준으로 선거일 전 120일인 2월 3일부터 선거 후 30일이 지난 7월 4일까지 150일간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 가입 외에 선거방송심의위원 자격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균형조차 무시되고 자의적으로 위원들을 위촉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심의위가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제재할만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