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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 보여줘

[제45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이효성 심사위원장·성균관대 교수

이효성 심사위원장  2014.01.29 13: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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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성 심사위원장·성균관대 교수  
 
2013년 우리 언론은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치열한 취재경쟁을 통해 국가기관의 권력남용을 드러냈고, 갑을 논란을 통해 거대한 권력이 된 일부 대기업들의 탐욕을 고발했다. 최근 우리 언론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와 불법을 밝히려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1년 내내 이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언론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제45회 한국기자상 대상은 심사위원들의 치열한 논의와 토론의 결과 만장일치로 한겨레신문의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공작 사건 연속보도’가 선정됐다. 2010년에 이어 3년만의 대상이다. 이 보도는 2013년 최대의 사건인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공작이라는 민주주의 침탈사건을 1년 내내 그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집요하게 파헤쳐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저널리즘의 존재이유를 보여줬다. 이 작품은 국가 권력기관에 의한 권력남용을 폭로하고 고발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대상 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일치된 평가를 받았다.

이번 45회 한국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등 9개 부문에 걸쳐 예년보다 20~30편이 많은 총 110편이 출품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38편의 출품작 중 위의 대상 수상작을 포함해 오마이뉴스의 ‘헌법 위의 이마트 연속보도’, KBS의 ‘입학하고 싶으면 2천만원 등 연속보도’ 3편이 선정됐다. 오마이뉴스의 보도는 2013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갑을관계, 불공평한 사회를 다루는 데 돋보이는 보도로써 기업의 탈법적인 직원 감시와 노조파괴 행태를 오랜 기간 끈질기게 보도하여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게 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KBS의 보도는 그동안 학교의 상층부가 자본권력과 함께 벌여온 유착관계와 입학부정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사회적 해법도 제시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에 선정된 한겨레신문의 ‘동양 사태 연속 보도’는 일반인들이 사실상 금융 폭탄을 안고 산다는 것을 예방적 차원에서 경고했고, 동양 사태의 진행과정에 대한 충실한 취재 및 다양한 대안까지도 제시한 좋은 작품이라는 데 이론이 없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경향신문의 ‘집중분석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시리즈’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고용과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해 기업분석에 대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고,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불균형 분배를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등 빼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MBC의 ‘의문의 형 집행 정지’는 적극적이고 끈질긴 취재로 묻혀 있던 사안을 파헤쳐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호평과 함께 후속보도를 통한 구조적 문제점 분석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대전CBS의 ‘충남교육청 장학사 인사 비리 보도’와 경인일보의 ‘용인 CU 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대전CBS 보도는 인사 비리가 지역적인 사안이지만, 그동안 만연했던 교육계의 비리를 전면에 드러냈고 비리 예방을 위한 대안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했다는 점이 평가받았다. 경인일보 보도는 유족에 대한 입막음에 나선 기업의 행태를 지적하고 잊힐 뻔 했던 사건을 다시 세상에 알렸고, 이를 통해 당시 논란이 되기 시작했던 갑을관계의 실상을 잘 드러냈으나 단발성 보도에 그친 아쉬움도 남겼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된 부산일보의 ‘범죄 예방의 새로운 대안 셉테드’는 지역 언론사가 지역사회에 만연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사회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확산시킴으로써 조례 제정 등 다양한 제도적 개선까지 이뤄낸 좋은 기획이라는 평을 받았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서 수상한 경향신문의 ‘숭례문 단청 박락’은 사진기자의 현장 보도 이후 문화재청장이 경질되고 대목수 등 관계자들이 검찰조사를 받고 개선 대책이 나오는 등 큰 사회적 영향을 끼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진 자체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별상부문에서 수상한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로 간 한국인들 프로젝트 연속보도’는 전인미답 분야를 개척한 기념비적 역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내외 언론의 모범이 된 보도 내용뿐 아니라 해직언론인들이 모여 국내외 주요 언론이 모두 받아쓸 수밖에 없도록 한 기개와 사회적 헌신에 대한 호평도 제시됐다.

연합뉴스 주 선양 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취재 도중 순직한 고(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는 ‘조계창국제보도상’은 KBS의 특파원 현장보고 ‘죽음과 바꾼 노동외 1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록 수상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밖에도 수상작 못지않게 좋은 작품들이 많았으나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함이 유감이다.

지난 2년간 한국기자상 심사에서 치열한 토론과 검증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혹시 부족함과 섭섭함이 있었다면 해량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국민의 편에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권력의 남용에 맞서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좋은 작품들로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기자상’을 빛내주시기를 기자 여러분들께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