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원 해고·징계 무효 판결과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에 대한 징역 7년 구형은 한국 언론계의 엇갈린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정방송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해직언론인들은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편집국 폐쇄라는 언론사상 초유의 폭거를 저지른 사주는 차디찬 감옥에서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법원 “공정방송 위한 파업 정당”…노조원 44명 해고·징계 무효
MBC, 항소로 판결 무력화 나서…“복직이행으로 역사에 떳떳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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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 직후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열린 자축의 자리에서 해직언론인들이 법원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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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지 않은 판결이다.”
2년 전 꼭 이맘 때 시작되어 여름까지 장장 170일 동안 이어졌던 MBC노조의 파업. 사측이 ‘정치파업’, ‘불법파업’이라고 호도했던 그 파업이 정당한 것이었고, 따라서 파업으로 인한 해고와 정직 등의 징계가 모두 무효라는 법원 판결에 언론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지난 17일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등 44명이 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등의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했다.
판결의 요지는 일반 기업과 달리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의 의무를 지는 방송 등 언론매체에선 공정성 보장 요구가 근로관계에 기초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본 점이다. 당시 MBC노조 파업은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이었으므로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선 “방송의 결과가 아니라 그 방송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참여 하에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명확한 기준선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방송사 노조의 공정방송 요구와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승호 MBC 해직PD는 “이 땅의 언론자유를 위해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해직언론인 소송을 대리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이 개개인 언론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중대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파업의 정당성이 확인되었다는 점이 더 없는 위안이다. 박성호 해직기자(전 기자회장)는 “2년 전 MBC 사태 때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 사법부가 명확히 규정을 내린 것”이라며 “아직도 정치적 책동과 이념적, 정파적 행태를 노정하고 있는 MBC 내부의 책임 있는 분들이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MBC는 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내며 즉각 항소 준비에 돌입했다. 김종국 사장은 공정방송 관련 조항을 후퇴시키는 단체협약 개정을 공언하고 있다.
이성주 MBC노조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해직자 문제 해결에 대해 입법부가 결의하고 사법부가 답한 것”이라며 “즉각 복직을 이행하지 않고 항소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김종국 사장이 됐든 다음에 오는 사장이 됐든 역사 앞에 과오를 만드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검찰 “사주의 사회적 책임 몰각”…편집국 폐쇄 등 언론역할 훼손
장 회장 “모든 이에게 사과한다”…내달 11일 선고, 실형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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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지난해 8월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같은날 장 회장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한국일보비대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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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을 폐쇄하면서까지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던 한 언론사주가 끝내 고개를 떨궜다. 한국일보와 서울경제에 450억원대의 손해를 끼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유상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언론사 사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몰각하고 위기의 상황을 축재의 기회로 삼아 회사 재산을 사금고화 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언론인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함에도 언론사에 끼친 피해가 막대하고 전대미문의 편집국 폐쇄라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했다”며 “올해 60년을 맞는 한국일보가 계속 기업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초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장 회장이 결정을 미루며 무산됐고 노조는 장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사측은 편집국장 경질 등 인사 징계·해고 단행, 용역직원을 동원한 편집국 폐쇄, ‘짝퉁신문’ 제작까지 이르렀다.
장 회장은 최후변론에서 “떨려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 “부끄럽고 모든 이에게 깊이 사과하고 반성한다. 사리사욕이 아닌 회사를 위한 것임을 고려해 달라”고 선처를 부탁했다.
장 회장의 사과 표명에 한국일보 노조는 ‘악어의 거짓 눈물’이라고 했다. 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장 회장은 한국일보 구성원과 한국 사회 앞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현재 측근을 통한 회생절차 작업 방해를 멈추고 한국일보 재탄생과 재도약을 기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7년 구형은 통상적 범위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이상 횡령·배임에 대한 기본형이 5~8년으로, 검찰이 가중·감경 요소를 고려해 최저(5년)보다 2년을 더 구형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가중은 7~11년, 감경은 4~7년이다.
장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2월11일에 열린다. 언론·법조계 등은 장 회장의 ‘경영무능’과 ‘책임회피’가 드러난 만큼 실형을 피할 수 없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좌세준 변호사는 “재무제표 조작 등 언론사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집행유예는 힘들 것”이라며 “한국일보 사태는 사회적 파장이 컸기에 법원 판단 하에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공판에서 재판부도 장 회장에 “회사 자금을 임의·작위적으로 사용한 데 납득하기 어렵다”는 등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다.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