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이용마 해직기자)
MBC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2년 전 노조 파업이 정당했다는 법원 판결이 불러온 마법이었다. 사상 최장기였던 170일간의 파업으로 지치고, ‘불법파업’이란 낙인과 부당인사, 조직문화 붕괴로 병든 마음을 안고 살던 이들이 1년 반 만에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17일 오전 9시 53분, 서울남부지법 310호 법정. 예정보다 3분가량 늦게 법정에 들어선 박인식 부장판사는 먼저 두 개의 민사 사건 선고 결과를 차분히 읽고 나서는 무슨 이유인지 뜸을 들였다. 이내 ‘정영하 외 43인’을 원고로 한 MBC 해고무효확인등의소송 판결문을 집어 들더니, 이례적으로 “선고하기에 앞서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겠다”면서 다소 긴 판결문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법정의 방청석을 가득 메울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일반 기업과 다른 방송사 등 언론매체의 경우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올바른 여론의 형성을 위하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 따라서 방송사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위 공정성의 보장 요구는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 MBC노조가 이 사건 파업에 이르게 된 주된 목적은 특정 경영자를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고 MBC의 경영진이 단체협약에 정한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제대로 개최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인사원칙에 반하여 임의로 교체하는 등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여러 절차적 규정들을 위반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방법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판사가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미 방청석 이곳저곳에서 소리 없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판사가 “일부 징계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고 주된 징계사유인 파업주도 및 참여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한편, MBC의 조속한 정상화와 구성원간의 내부적인 갈등의 해결을 위한 요청을 감안하면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못을 박자, 서로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며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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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해고 등의 징계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 직후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열린 자축의 자리에서 해직자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호 해직PD, 박성호 해직기자, 강지웅 전 MBC노조 사무처장,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이용마 전 MBC노조 홍보국장.(박성제 해직기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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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판결을 자축하는 자리에 모인 MBC노조 조합원과 구성원들이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