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의 ‘불통’ 행보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신료 인상의 최종 키를 쥔 정부 여당에 기대 반대편의 야권과 언론·시민사회 목소리는 아예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신료 1500원 인상안이 KBS 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들에 의해 단독으로 처리된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KBS는 수신료와 관련해 총 7번 공식 입장을 냈고,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도 단신 포함 7건의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그만큼 수신료가 뜨거운 현안이고 논쟁적이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태도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지지하는 여론은 자사 뉴스와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비판적인 여론은 외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신료 인상안 처리 지연에 대해 사장이 공개적으로 야당 이사들의 책임을 묻고, 수신료 인상 처리 과정에 대한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과 민주당 의원의 문제제기에는 “사실 관계 왜곡”이라거나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는 식이다.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KBS측의 대응은 번번이 논란을 더 키웠고, 결국 “중장기적 정책 과제”라던 물가연동제 도입과 수신료 부과 대상 확대 요구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KBS 안팎에선 “수신료 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KBS 경영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준조세 성격인 수신료 인상의 일방 처리부터 수신기기 확대 추진까지 거듭 ‘악수’를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KBS의 이 같은 일방질주를 두고 정권과의 사전 교감이 작용했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 처리는 종편에 먹거리를 나눠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의지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공기업 사장 물갈이 바람에서 결코 안전하지 못한 길환영 사장이 국민과 야당의 뜻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KBS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KBS 이사회 야당 이사들과 양문석 방통위 위원 등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일방 처리를 강행할 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이 시작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정도를 걷기보다 꼼수와 견강부회로 일관하는 KBS의 행태는 오히려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수신료 인상안을 철회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길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