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가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 언론인들의 동참이 시작됐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8일 모교인 고려대에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 |
 |
|
| |
| |
▲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이 18일 모교인 고려대에 붙인 대자보.(언론노조) |
|
| |
고려대 국어교육과(89학번)를 졸업한 이 부위원장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1995년 KBS 공채 기자로 입사한 그는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그렇게 모범 답안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저는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다”며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물으며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수구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소식만 전하고 있다”면서 “그곳이 제 일터인 언론 현장이어서, 제 동료들이 그곳에서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안녕하지 못해도 싸우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밉고 싫지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때론 멈추고 후진하지만 후퇴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의 길을 선택하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 수석부위원장의 대자보 전문.
부끄러운 언론인 선배여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뜻한 대로 방송기자의 길을 선택햇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서 있고자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기자라고 배웠고, 그렇게 모범 답안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미력하나마 한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펜과 마이크를 들 수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일터인 공영방송이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물으며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직위해제를 당하면서까지 파업을 통해 철도사영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시민들이 1년 내내 거리에서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구보수언론과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소식만 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은 독설을 쏟아내며 독약이 됐습니다. 오히려 권력의 무기가 되어 약자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님들이 철 지난 대자보를 다시 꺼내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제 일터인 언론 현장이어서, 제 동료들이 그곳에서 펜과 마이크,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녕하지 못해도 싸우겠습니다. 투쟁하겠습니다. 언론이 밉고 싫지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때론 멈추고 후진하지만 후퇴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 언론인의 길을 선택하는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안녕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녕하도록 싸우겠습니다.
2013년 12월 18일
MB로 인해 고대인임을 부끄러워 했지만, 후배들로 인해 '고대'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못난 선배가...
국어교육과 89학번 이경호(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