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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 막는 '파파게노 효과'

[미디어와 인권 국제심포지엄]"자살률과 보도량은 비례" 연구 결과도

김희영 기자  2013.12.18 14: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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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자살보도에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도의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미디어와 인권’ 심포지엄 두 번째 세션 ‘자살, 성범죄와 아동학대 보도에서의 미디어 윤리’에서 스티븐 스택 미국 웨인주립대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사례들을 소개했다.

영국 의학저널에 실린 토마스 나이더크라덴탈러의 2010년 논문 ‘완료된 자살과 자살미수에 있어 미디어 보도의 역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497건의 뉴스를 표본으로 자살보도와 자살률 증가의 상관관계를 측정한 결과, 자살보도지침 중 일부 지침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전문가 의견을 통해 자살예방교육을 시킨 경우, 자살방지 핫라인 번호를 동시에 알려준 경우 자살률은 오히려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또한 필립스의 1989년 연구 결과, 사진이나 구체적 자살 방법을 적시하는 등 자살보도지침을 위반하는 경우 자살률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모방 효과는 미디어 보도의 ‘양’에 기인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자살보도가 일반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의 모방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외 인권단체와 언론 관련 단체들은 자살보도와 관련한 다양한 지침을 마련해왔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방지협회는 자살보도와 관련한 연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2001년 ‘자살보도에 관한 미디어 지침’을 마련하고 2008년 이를 개정했다. 또 국내에서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공동으로 지난 2004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했다. 이어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발표했다.

스택 교수는 이러한 보도 지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살 관련 보도의 양을 통제하라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미디어 지침은 ‘자살보도를 눈에 잘 띄는 곳(1면)에 싣지 말아야 하고,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정도 이상으로 반복하면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에서도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스택 교수는 나이더크라덴탈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파파게노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파게노는 ‘마술피리’의 등장인물로, 자신이 사랑한 파파게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살을 시도하지만 또 다른 대처 방안을 알려준 세 명의 소년들로 인해서 자살을 포기하는 인물이다. 스택 교수는 “팝 가수 톰 존스는 자신이 스타가 되기 전 자살의 유혹에 시달린 적이 있으나 이를 극복했다고 고백했다”며 “이와 같이 ‘자살의 관념화’에 대한 이야기는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택 교수는 한국 미디어의 자살보도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기존의 연구는 신문과 방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비전통적 미디어의 영향은 어떠한 지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