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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올리면 광고 줄인다는데…구체적 계획 '함구'

KBS 수신료 인상안 이사회 통과 후 잰걸음

김고은 기자  2013.12.11 2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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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동결된 수신료 인상의 첫 관문을 넘긴 KBS가 고무된 분위기다. KBS는 월 2500원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조정안이 10일 KBS 이사회를 통과하자 11일 ‘수신료 인상 한마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길환영 사장 이하 임직원들과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해 수신료 현실화에 목소리를 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KBS의 재정난을 호소하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사회 통과라는 부담을 던 탓인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길환영 사장과 부사장, 본부장 등 경영진과 간부들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그동안 KBS에서 유행한 건배사가 ‘수신료 현실화’였다”면서 “그만큼 수신료 현실화는 절박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수신료 인상안이 KBS 이사회 여당 이사들에 의해 단독 처리되면서 ‘날치기’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길환영 사장은 오히려 “사측에서는 그동안 소수 이사들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소수 이사들은 사측의 인사권과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실국장 임명 동의제’ 등을 주장하며 30차례의 심의와 의견수렴 자리에 모두 불참했다”면서 야당 측 이사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 11일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가운데)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KBS)  
 
KBS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시청자께 드리는 10대 약속’을 발표했다. 재난재해방송 시스템 강화, 한류 확산, 무료 다채널 방송 제공 등 공적책무 수행을 위한 60개 사업이 포함됐다. 길 사장은 또 “전체 예산 가운데 수신료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이에 따른 광고 축소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수신료 1500원이 인상되면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2012년 결산 기준 5851억원에서 9760억원으로 3909억원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7%에서 53%로 올라가고, 광고 비중은 40%에서 22%로 낮춰진다는 게 KBS측의 설명이다. 즉 수신료 수입은 3909억원이 늘고 광고 수입은 2100억원이 줄어 결과적으로 수입이 1800억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광고 수입 감소액인 2100억원의 산출 근거가 무엇인지, 광고 축소의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선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윤준호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이 “수신료 비중을 50% 이상으로 안정화 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한 재원을 산출한 결과 광고 축소액이 2100억원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그쳤다. 광고 축소 계획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집요하게 물었지만 윤 단장은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의 광고 폐지와 지역광고 폐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방통위와 KBS 편성 쪽이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KBS의 수신료 인상 이후 재원 구조에 대한 설명이나 2100억원의 광고 수입을 줄이겠다는 방침에 대해 KBS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11일 성명을 내고 “수상기 면제 등 감소분을 모두 감안, 2012년 기준을 유지한다고 볼 때 400억원의 수입 오차가 매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광고가 축소되면 현재 KBS 수입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기타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도미노처럼 엮여있는 KBS의 수입악화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성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길 사장은 “앞으로 재원 독립을 위한 수신료 현실화와 함께 방송의 독립성과 보도 공정성 확보, 제작 자율성 확대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KBS 안팎에서 제기되는 불공정 방송 논란에 대해서는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임창건 보도본부장도 “KBS는 사실과 주장, 가치 판단을 철저히 분리해서 팩트는 팩트대로 충실히 보도하고 가치 판단이나 주장은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선 “KBS는 이미 그런 장치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는 물론 수신료 인상안 처리 과정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공정방송 회복 없이는 수신료 인상은 불가”라고 못을 박고 있다. KBS 안팎에선 수신료 인상안 일방 처리가 KBS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검토와 2월 중으로 예상되는 국회 처리 과정까지 지난한 갈등과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