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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사내게시판 통제 '언로 차단' 몸살

"비판 의견 봉쇄·노조 활동 위축" 비판

김고은 기자  2013.12.11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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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로의 확대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언론사들이 사내 언로 차단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름 아닌 공영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KBS는 지난달 18일부터 개정된 전자게시관리지침에 따라 사내 전자게시판(코비스)에 게시된 글을 임의로 옮기거나 삭제해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게시판 용도를 명확히 하고 중복 게시글을 금지해 ‘게시판 질서’를 확립하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비판적인 의견을 차단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정된 지침은 각 게시판별 게시 가능한 내용을 규정하고, ‘보안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내용’ 등 12가지를 ‘게시 금지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글은 관리 부서인 법무실에서 임의로 삭제나 이동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국 국민방문 일화를 소개한 글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삭제됐다. 이보다 보름 전에도 국정원과 군의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가 같은 이유로 사실상 삭제 조치를 당했다. 노조 관련 게시물도 올리는 즉시 삭제되거나 ‘노동조합’ 게시판으로 옮겨지고 있다.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조 성명이나 노보 등을 주목도가 높은 ‘알림마당’과 같은 게시판에서 공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KBS 양대 노조는 이를 “비판언로 통제”라고 규탄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 같은 조치가 이병순 전 사장 시절부터 진행된 사내 여론 통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병순 전 사장은 취임 후 익명제로 운영되던 보도정보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면서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김인규 전 사장은 코비스 통제를 강화하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글을 삭제하거나 징계를 하기도 했다.

MBC에서도 닮은 꼴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거나, 민실위의 기자 게시판 아이디가 일방적으로 삭제되는 일 등이 잇따랐다. 보도국 게시판에 MBC 뉴스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 ‘게시판 용도에 맞지 않는다’며 삭제하거나 다른 게시판으로 옮기곤 한다. MBC 한 기자는 “뉴스에 대한 의견을 올려봐야 소용도 없으니 기자들도 글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며 “기자 게시판은 사실상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용도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