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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던져진 방송'…유료방송 중심 방송정책 불가피

정부 방송산업종합계획 논란속 확정 발표
8VSB·DCS 허용 등 '유료방송 승리' 평가
지상파, 광고없는 MMS·UHD 양보에 만족

김고은 기자  2013.12.11 13: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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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방송사업자 단체인 한국방송협회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폐기를 요구했으나 10일 발표된 정부의 최종안에 이 같은 요구 사항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뉴시스)  
 
유료방송 특혜 논란을 빚었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이 원안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창조경제 시대의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지난달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 내용을 일부 수정·보완했지만, 큰 틀에서 방송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유료방송 중심의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장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상파엔 족쇄, 유료방송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플랫폼과 사업자별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유료방송 업계가 최종 승리자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우선 정부는 전송방식별 칸막이 규제를 풀어 8VSB와 ‘접시없는 위성방송’(DCS) 등을 허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방송 전송방식 혼합사용을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상파의 디지털 전송방식인 8VSB가 도입되면 500만 가구가 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추가 비용 지불 없이 지상파 방송과 같은 수준의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전송효율이 떨어져 전송 가능한 채널이 4분의 1개로 줄어드는 단점과 유료방송의 저가 정책을 고착화 시킨다는 지적에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이탈을 막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TV 업계로서도 이득이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가장 큰 수혜자다. 종편은 의무전송 채널인데다, 지상파에 인접한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8VSB 도입으로 지상파 수준의 고화질 방송을 송출하게 될 경우 상당한 채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상파와 언론·시민단체들이 8VSB 도입을 “종편 특혜”라며 반대해온 이유다.

DCS가 허용되면 KT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 유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KT 입장에서도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현재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IPTV, 위성방송에 대해 각각 차별 적용되는 시장점유율 규제를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CJ헬로비전이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와의 점유율 규제 합산 여부에 따라 KT의 득실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달 종합계획 초안이 공개된 후 가장 크게 반발해왔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KBS 수신료 인상과 MMS 도입으로 일단 숨통은 트게 됐다. 중간광고 도입을 포함한 방송광고 제도 개선도 검토될 예정이다. 하지만 MMS가 KBS와 EBS에 한해 광고 없이 허용될 가능성이 크고,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 등은 방통위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당장 반기긴 힘들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보편적 시청권·저작권 보호 등을 고려해 지상파 의무재송신 제도 검토 및 분쟁해결 절차 등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KBS 2TV와 MBC까지 의무재송신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경우 유료방송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종합계획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UHD(초고화질) 방송 정책과 관련해선 정부가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당초 초안에서는 UHD 방송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규정하고 유료방송 위주의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상파 사업자 등의 반발을 의식한 듯 “매체별 UHD 로드맵을 마련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를 위해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구성·운영 중인 ‘UHD 방송추진 협의체’를 통해 2014년까지 UHD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UHD 등 고품질 콘텐츠 제작지원, 공연·이벤트 등 고품격 문화콘텐츠가 유료방송에서 ‘선행창구’(First Window)로 제공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여전히 유료방송 위주의 UHD 상용화 정책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가 UHD 등 차세대 방송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700㎒ 주파수 확보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정부가 지난 5일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연기하자 지상파 등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종합계획 발표 직전까지 ‘실력행사’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유료방송 중심의 정책 폐기를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10일 공개된 최종 계획에는 지상파의 요구 사항이 특별히 더 반영되지도 않았고, 지난달 초안 공개 당시 제기된 사업자별 이해관계 조정 노력도 엿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8VSB, MMS, UHD 등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많은 정책 등이 끝나지 않을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종합계획이 ‘방송산업 활성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계획안에 있는 것이라곤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란 문장이 전부다. 방송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 기능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도 부재하다. 방송을 오로지 산업적 관점에서만 보고 모든 플랫폼과 사업자들을 이전투구로 내몬 격이다.

전국언론노조는 10일 성명을 내고 “이번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은 ‘어떻게 하면 방송의 보편적, 공익적 요소를 신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방송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방송을 공공의 영역에서 이해하지 않고 산업적 낙수효과에 의지해 대책 없이 장밋빛 전망만 남발한 부분은 치명적인 패착”이라며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정책을 통해 어설픈 경제적 낙수효과를 노리지 말고,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통한 건전한 방송정책을 당장 재수립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