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10일 KBS 이사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소수 야당 추천 이사들을 배제한 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단독 의결을 강행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1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32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TV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여당 추천 이사들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국장책임제 도입 등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자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날 이사회에도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들 간의 합의 없이 여당 추천 이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된 것은 KBS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지난 7월 KBS 이사회에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은 4300원과 4800원 등 두 가지 안이었으나,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종 안은 4000원으로 결정됐다. KBS는 “향후 5년간 재정수지 전망을 검증한 내용을 참조해 현재의 37%에 머물고 있는 수신료 비중을 최소한 전체 재원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 금액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수신료가 1500원 인상되면 KBS의 수신료 수입은 3900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전체 재원 가운데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7%에서 53%로 늘어나고 광고 비중은 40%에서 22%로 낮춰질 전망이다. KBS는 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의 수신료 금액을 정한 것으로 광고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는 여건상 한계가 있었다”며 “광고 비중을 더 낮춰 확실한 공영적 재원구조를 갖추는 방안은 2018년 이후 수신료를 재산정하는 시점에서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를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된다. 방통위는 KBS가 수신료 승인 신청 건을 보고하면 60일 이내에 관련 의견서 등을 첨부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합의제 기구의 특성상 방통위 단계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이경재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측 위원들의 수신료 인상 의지가 강하고 10일 발표된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도 수신료 현실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통과 자체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국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정성 회복이 먼저”라며 수신료 인상을 반대해왔다. 남경필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사회 합의 처리’를 강조한 바 있어 여당 측 이사들에 의한 단독 처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날치기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해 내년 2월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 미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정성 보장 없이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민에게는 세금과도 다름없는 수신료를 군사작전 하듯 모여 날치기로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폭거와도 다를 바 없다”며 “KBS 이사들조차 100% 공감하지 못하는데, 어느 국민이 막장수신료 인상을 공감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신료 논의의 전제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지속 요구한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정관 개정까지 KBS 여당 추천이사들은 거부했고, 급기야 오늘 기습날치기 처리한 것은 KBS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어떻게 제 역할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