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사태가 장기화되는 곳에 몸과 마음의 상처만 쌓여간다. 총 13명의 언론인들이 해직상태에 있는 MBC와 YTN 기자들이 연달아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해직 1년이 되는 이상호 MBC 기자는 만성 스트레스에 피로가 누적되면서 경미한 뇌경색 진단까지 받았다. 이 기자는 지난달 5일 자신이 운영 중인 ‘고발뉴스’ TV 녹화를 앞두고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그대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만성 스트레스와 과로를 원인으로 꼽으며 절대 안정을 당부했다.
이 기자는 지난 1월 해고 이후 고발뉴스를 운영하며 취재와 진행은 물론 홍보 업무까지 1인 다역을 해왔다. 특히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촛불 집회 물결이 일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는 매일 현장에서 ‘데일리 고발뉴스’를 진행해왔다. 이 기자는 “인터넷 매체라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하다 보니 밤을 새는 건 일상다반사”라며 “매일 밤을 새우다보니 몸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해고무효 소송 법정싸움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이 기자는 지난달 22일 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 소식도 병원에서 접했다.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던 이 기자는 현재 자택에 머물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기자는 “마음 같아선 빨리 ‘고발뉴스’에 돌아가고 싶지만 의사가 한번 더 쓰러지면 대책 없다고 해서 자제하고 있다”며 “아직 어지럼증이 남아 있어 정밀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 역시 자신의 징계무효소송 승소 소식을 병상에서 들었다. 여기저기서 보내주는 축하 전화와 문자메세지는 고마웠다. 하지만 일일이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디스크 수술을 받아 목과 오른 손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평소 앓아온 목디스크가 악화돼 수술을 받은 뒤 집에서 회복 중이다. 경과는 비교적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몇 달 간 오른손을 쓰기 거북할 정도로 통증에 시달렸다. 처음 목 통증을 심각하게 느낀 때는 마침 2008년 가을 쯤 부터라고 한다. 당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한창 가열되던 때다. 6년째 접어든 YTN 사태 동안 정직 세번, 대기발령 한번 등 고초를 겪었다. 사측과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공추위원장을 맡은 지도 3년째다. ‘돌발영상’의 전성기를 이끈 한명으로서 프로그램이 위축되고 기약없이 방송이 중단되기까지를 지켜보는 심정도 남달랐을 거라는 게 주변의 말이다. 동료들은 “해직 기자 당사자들보다도 몸이 더 상한 것 같다”고 했다.
YTN 기자들은 줄줄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임 위원장 외에도 기자 2명이 지난주 연이어 수술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YTN에서 최근 2년 사이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기자는 4명이다.
지난달 27, 28일 YTN 기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 젊은 축에 속하는 30대 기자들이다. 갑상선 암은 그리 치명적인 병은 아니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젊은 나이의 기자들이 연달아 수술대에 오르는 모습에 주변의 마음이 개운치 않다. 또 다른 30대의 한 기자도 목 부위에 이상이 발견돼 정밀 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YTN에는 지난해에도 갑상선 암을 앓은 기자가 두 명이 나왔다. 또 다른 기자는 목 부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 기자는 아내가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다.
개인별로 원인은 다를 수 있지만 병을 앓는 기자들 상당수가 장기화된 해직사태 기간 동안 노조 활동과 선후배들의 복직 운동에 적극적이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한다.
2008년 YTN 사태 이후 크고 작은 우환이 계속되는 것도 우연으로만 치부하기엔 안타깝다는 말도 나온다.
YTN 해직기자 중 세 사람이 끝내 복직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부친을 잃은 일은 국회에서도 거론됐을 정도로 자주 회자된다. 특히 현덕수 기자는 2009년 총파업 직전 긴급 체포된 후 부친이 뇌출혈로 쓰러져 결국 유명을 달리해 주변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또 다른 해직기자인 조승호 기자는 해직 3년째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아내의 건강을 위해 틈틈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YTN의 한 기자는 “우환이야 언제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공교롭게도 회사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 동료들이 하나둘 몸이 불편한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