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남은 700㎒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방송과 통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연내 주파수 재배치 일정이 지연되면서 주파수 정책의 향배가 묘연한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성을, 통신사들은 산업 경쟁력을 내세워 주파수 할당을 호소하는 한편, 장외 토론회를 통해 치열한 논리 공방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말, 700㎒ 주파수 관련 토론회가 1주일 사이에 세 차례나 열렸다. 먼저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SBS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700㎒ 주파수 활용 방안’ 세미나가 22일 열렸고, 26일엔 미디어 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주최로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이 전세계 추세”라며 통신 업계 주장을 거드는 토론회가 열렸다. 다시 이틀 뒤 MBC가 한국방송인총연합회와 함께 ‘국민행복 700플랜 토론회’를 열어 “주파수를 방송에 할당하는 것은 헌법적 명령”이라는 주장을 폈다.
통신 업계는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어 신규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는 난시청 해소와 UHD(초고화질) 방송 구현을 위해 주파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총 108㎒ 폭 중 40㎒ 폭을 이동 통신용으로 배정 받고 지난 8월 LTE 주파수 대역 경매를 끝내 비교적 느긋한 통신 업계에 비해 남은 68㎒ 폭을 사수하기 위해 지상파는 다급해진 형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14일 유료방송 주도의 UHD 방송 상용화를 포함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UHD 서비스는 지상파 방송사가 700㎒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 중 하나였다. 따라서 UHD 방송의 주도권을 유료매체에 내줄 경우, 주파수 확보 경쟁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5일 최종 발표가 예고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대해 한국방송협회 등이 “지상파 말살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주파수 확보는 통신 업계로선 ‘필수’가 아닌 ‘선택’이지만, 지상파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로 여겨진다. 지상파 플랫폼의 지위와 존립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아군’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구성한 700㎒ 대역 공동연구반은 통신 전문가가 다수를 차지해 인적 구성이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통위는 “국민편익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나아간 것이 없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들이 중요한 의사 결정들을 미루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언론학자들 사이에선 주파수가 공공재인 만큼 공익적 성격이 강한 방송용 할당이 보다 적합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하지만 번번이 발목을 잡는 것이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 즉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는 7.9%에 불과하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직접수신율이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 차세대 방송은 주파수 할당의 이유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방법은 직접수신율을 올리는 것 뿐”이라며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써의 지상파 방송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공플랫폼의 복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