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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또 도마…'민족 존엄성' 규정 신설 논란까지

JTBC 중징계 예고 "언론 재갈물리기"
"역사적 위인 왜곡 제한" 추진도 불씨

김고은 기자  2013.12.04 13: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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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무리한 간첩 기소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표적심의’라는 비난을 받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JTBC 뉴스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법정제재를 예고해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다. 방심위가 과도한 내용 간섭을 일삼으며 비판적 성향의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JTBC ‘뉴스9’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소식을 다루면서 진보당 측의 입장만을 전달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JTBC에 대한 징계 여부는 오는 19일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위원회 구성이 여야 6대3 구조인 이상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5일 방송으로 JTBC는 법무부의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관련 뉴스를 네 꼭지로 다뤘다. 먼저 취재 리포트를 두 꼭지 내보낸 뒤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진보당의 입장을 듣고,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 여부 등을 짚었다. 이와 별도로 손석희 앵커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 말미에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를 두고 방송심의소위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추천 위원들은 “손석희 앵커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JTBC 측은 “해산심판 청구 사건 당사자인 김재연 의원 출연은 반론권 차원에서 당연한 조치”였다고 밝혔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은 기계적 균형을 내세워 공정하지 못한 방송이었다고 거듭 질타했다.

하지만 이번에 적용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의 ‘공정성’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정파적 시각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장악’ 논란이 극심했던 2008~2009년에는 공정성 조항에 저촉돼 법정제재를 받은 경우가 각각 7건, 10건으로 방통심의위 출범 전 방송위 시절인 2007년 3건에 비해 급증하기도 했다. 여권 추천 위원이 다수인 방통심의위 구조상 공정성 심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는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 때문에 공정성 부분은 언론중재위 및 각종 법규 등 기존 제도로 판단이 충분하고 방통심의위는 외설·폭력 등 청소년 유해에 대한 부분만 심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JTBC 뉴스는 지난 9월 손석희 사장이 직접 앵커로 나선 이후 타 종편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와도 차별화되는 뉴스 제작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삼성의 무노조 전략 문건 입수,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 댓글 활동 등 굵직한 단독보도도 줄을 이으면서 종편을 싸잡아 비난해왔던 여론을 잠재우는 데도 어느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층은 JTBC의 ‘변신’을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유상욱 JTBC 법조팀장은 지난달 27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JTBC가 보수 계층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JTBC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는 ‘권언 동일체’를 벗어난 언론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정권이 방통심의위를 통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바로 권력의 칼이 들어오는군요”라고 꼬집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방송심의소위를 이끄는 권혁부 부위원장이 차기 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권력에 ‘줄대기’용 심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의 ‘간섭’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심위가 추진 중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도 ‘과잉 심의’ 논란을 부르고 있다.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에 ‘민족의 존엄성’ 조항을 신설해 “역사적 사실이나 위인을 객관적 근거 없이 왜곡하거나, 조롱·희화화하여 폄훼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7일 입안예고를 거쳐 오는 16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위인’이나 ‘객관적 근거’와 같이 모호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자의적 심의 기준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방심위에 개정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미 행적 등을 다룬 RTV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편에 내려진 중징계 결정을 예로 들어 “위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전직 대통령 등)을 폄훼하는 방송에 대해 손쉽게 제재를 가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심위의 ‘정치심의’ ‘과잉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내용심의 규제를 최소화 하는 방향의 방송심의규정 개정과 함께 방심위 구성과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방송학회 세미나에서 “대통령, 정당, 국회 등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위원회 구성방식과 정치적 쟁점에 대한 판단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운영방식은 내용규제 시스템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방심위가 ‘자판기 심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정파성을 배제하고 다수결의 원칙을 보완하기 위해 구성방식에 있어 제도적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