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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정파적 고무줄 잣대… 자율심의 강화해야"

한국방송학회 주최 '방송 공정성의 이론과 실천' 세미나

강진아 기자  2013.11.29 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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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방송 공정성의 이론과 실천’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고무줄 잣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심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학계의 진단이 나왔다. 최근 방통심의위 내 정부·여당추천 위원들이 KBS 추적60분 ‘공무원 간첩단 사건’ 보도와 JTBC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 보도 등이 공정성을 위반했다며 잇달아 중징계를 주장해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방송 공정성의 이론과 실천’ 세미나에서는 ‘공정성’ 조항이 모호해 정파성에 휘둘린다며 현 심의제도 및 위원회 개선과 방송사 내부 자율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먼저 현행 공정성 심의 규정과 제재가 타당성과 정당성,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제재 조치가 내려진 프로그램들이 과연 공정성에 위배되는지, 더 근본적으로는 공정성 심의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내 방송의 공정성 심의제도에 대한 법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통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의 ‘공정성’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현행 규정상 (공정성 조항 내) 균형성이 질적 균형을 의미하는 것인지 양적 균형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균형성이나 객관성 규정이 모호해 어느 행위가 위반인지 아닌지 미리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유승관 동명대 방송영상학과 교수도 2009~2013년 7월까지 공정성 관련 심의규정 위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정성 규정의 제2항 ‘균형성’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 뒤는 제4항 ‘일방주장 금지’였다. 유 교수는 “공정성이란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심의위가 실질적인 심의기준을 적용할 때나 방송제작 현장에서 이를 양적·기계적으로 맞추기 어려워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더욱 열린 심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의 사실과 의견 표명에 대한 기준 적용도 달라야한다는 의견이다. 심의제재 결정 사례에 비춰보면, 일방적 견해를 방송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점이 많았다는 평가다. 윤 교수는 “방송의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방송심의규정 제10조를 실효성 있게 바꾸거나 프로그램별 사실과 의견의 허용범위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의견 표명을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해설자나 전문기자가 진행하는 논평의 경우 공정성 심의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며 “진행자 의견이 반영되는 탐사고발·토론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도 장르별 차별적 심의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공정성 심의 논란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맞닿아 있다. 현재 여당성향 6인, 야당성향 3인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정치적 쟁점에 정략적 판단이 앞서 자의적인 심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청부심의’, ‘표적심의’, ‘정치심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일례로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여당추천 위원이 강도 높은 제재조치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심의의견과 결과의 일치를 봐도 심의위 1기 여 94%, 야 44%, 2기 여 83%, 야 23%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유 교수는 “심의위원 구성이 공정성 심의결과에 영향을 주며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며 “상반된 심의결과는 방송현장 제작자들에게 큰 장애가 될 수 있고 방송수용자에게도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율심의를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심의위원 선정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역할 일부를 개별 방송사나 자율규제기구에 위임해 정파성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방심의의 성격으로 공적규제에 의한 과도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유 교수는 “공정성 심의에 대한 공적심의와 자율심의 간 공조 및 협력이 필요하다”며 “방송사 편성권과 표현의 자유·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정파와 미디어가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자체 심의기구의 독립성 확보와 위상 정립, 자체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과 인센티브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업무위임 수준이나 심의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방송전문가 및 시청자 대표성을 보완할 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해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영희 KBS 방송문화연구소 위원도 “표현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방송사 내적 규제와 외적인 규제의 혼합 방식”이라며 “방송사 내부에 주변적인 역할로 남은 심의실 기능을 강화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도 “방통심의위는 국가기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게 된다”며 “심의위는 소극적 심의·정치적 중립에 바탕해 심의해야한다”고 밝혔다. 반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권력 주체로 권력화됐다는 측면도 있다”며 “공정성 원칙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장시키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매체별·채널별 공정성 심의 기준에 대한 판단도 숙제로 남는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상파, 지역 민방, 종편, 보도채널 등 매체가 다원화되고 상업화된 현실에서 모든 방송사에 똑같은 가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다만 지상파는 그 중심을 잡는 준거 틀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특정 세력에 독과점돼 있는 불공정한 언론 상황에서 형식적 형평을 말하는 것은 오류”라며 “종편의 경우 내용의 중립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이전에 구조조정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가 법정제재를 하지 않고 의견제시만 하는 방안도 나왔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은 “공정성은 역사적으로 달라질 수 있어 방송 후 사회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합의하는 과정에 대한 심의가 되어야 한다”며 “심의위원의 구성을 개선한다 해도 여야 정치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심의는 방송내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심판하고 공정성을 재단해버리기 때문에 방통심의위가 갖는 행정처분 권한은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