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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진 한겨레 기자 | ||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안승호)는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 녹음해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통신비밀보호 침해의 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지분 매각이 공적 사안이라고 해도 목적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으며 위법성 조각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 3인의 대화에 피고인은 제3자로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에 이는 통비법 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며 “헌법 상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적 관심 대상이라고 해도 통신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적인 측면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민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향후 지분 매각을 하겠다는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하는 것에 불과하며, (발표 후에도)진행에 상당한 절차와 시일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국민 여론과 비판적 언론 보도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또 지분 매각으로 특정 후보에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선까지 2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불법 녹음한 것을 보도할 정도로 사회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공적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 기자가 최필립 이사장과의 통화 후 녹음을 중단했어야 한다는데 무게를 뒀다. 통상 중요취재원으로서 최 이사장과의 통화를 녹음했고 이후 기자로서 대화 내용을 탐색하기 위해 녹음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는 최 기자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8분여간의 최 이사장과의 통화가 끝나고 취재원 예우차원에서 전화를 먼저 끊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통화종료를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3명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청취·녹음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은 부작위 행위라고 하지만 통비법에 따라 대화를 청취·녹음하지 않을 의무가 생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보다 사생활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최 이사장과 이 본부장 등에 대화를 보도한다고 고시하지 않았고 이들이 동의하지도 않아 적법하지 않다”며 “실명을 내지 않고 내용을 취사선택해 요약 보도해도 충분히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공적 인물이라 해도 실명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사적인 영역의 대화까지 불법 감청·녹음되는 등 사생활 권리가 쉽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는 판결 직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줬다. 하지만 국민, 언론이 생각하는 정의와 법적 정의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상고 여부는 추후 변호인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상고와 별도로 저 나름의 방식으로 진실을 알리고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기자 측 김진영 변호사는 “사건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통비법 취지에 비춰 다른 판단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부작위 행위에 대해 (중단 의무가 있다는 작위)판결을 납득할 수 없고,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정당행위에 대한 해석도 아쉽다”며 “공적 사안을 인정하면서도 사안의 필요성 및 긴급성, 의미에 대해 축소 해석하며 언론의 자유보다 사생활만을 일방적으로 인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앞서 최 기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당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MBC 지분 매각을 논의한 사실을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8월 1심에서 재판부는 대화를 ‘청취’한 점에는 유죄, ‘녹음’과 ‘보도’에는 무죄를 판결해 징역 4월에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고, 최 기자와 검찰은 즉각 쌍방 상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