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알려면 JTBC 뉴스를 봐야 한다? 최근 방송만 국한해 본다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국정원을 비롯한 범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상파 뉴스가 정부여당의 확성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JTBC가 거의 유일하게 방송 뉴스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국정원 보도, 언론은 어떻게 실패했나’ 토론회에선 JTBC와 ‘그 외’ 방송의 국정원 보도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이 직접 앵커를 맡은 이후 달라진 JTBC의 보도와 그 위상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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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7일 환경재단 레이첼칼슨룸에서 '국정원 보도, 언론은 어떻게 실패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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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를 모니터한 김완 ‘미디어스’ 기자는 “종합뉴스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취재를 기반으로 이슈를 추적하는 뉴스는 JTBC가 거의 유일하다”고 총평을 내렸다.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국정원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 지난달 18일부터 이번 달 8일까지 모니터를 진행한 김 기자는 “지난 20여일만 놓고 보면 지상파 뉴스는 사실상 국정원 이슈에 대해 의미 있는 보도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공조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4일, JTBC는 여론조사를 포함해 총 7꼭지를 보도했으나, 지상파 3사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약 20일 동안 JTBC는 거의 매일, 많게는 하루 10꼭지씩 국정원 사건을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상파에선 7~8일씩이나 국정원 보도가 나가지 않았다. 보도를 하더라도 핵심을 비켜가기 일쑤였다. 김 기자는 “프레임 바깥에서 최소한만 보도하거나 문제를 보도할 때에도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주요 사실을 다 전하지 않았다”며 “지상파만 보면 국가보훈처가 뭘 했는지, 트위터팀이 뭘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지상파 뉴스를 ‘발표 저널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이나 정부가 발표를 해줘야만 기사를 쓰고, 그마저도 입장을 거의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라며 “지상파에서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아온 SBS도 이 건에 있어서는 KBS, MBC와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국정원 사건의 다른 한 축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들어 “국정원이 만든 ‘물타기’ 작전에 주요 매체들이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기자는 “국정원 선거 개입 보도만 봐서는 반쪽밖에 볼 수 없다. 동전의 다른 한 면인 내란 음모 사건을 같이 봐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광분했던 주요 매체들이 11월 공판 과정에서 나온 사실들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면 주요 매체들이 국정원의 물타기에 상당히 고의성을 갖고 동조한 것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KBS 9시 뉴스의 경우, 지난달 28일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고 약 열흘 동안 적게는 4꼭지에서 8꼭지까지 “들이붓듯이”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12일 정작 이석기 의원 공개 공판이 시작된 이후엔 보도가 한 두 꼭지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지난 15일 3차 공판 때부터는 보도가 아예 사라졌다.
노 기자는 “공판장에서 중요한 사실들이 나왔지만 방송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RO가 산악훈련을 했다고 국정원이 기소했는데, 검찰 측 증인이 공판장에 나와서 ‘훈련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제보자가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10~20만원씩, 2년 넘게 최소 2000~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한 마디로 깜도 안 되는 걸 갖고 호들갑을 떤 셈이니, 국정원의 물타기에 동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마 MBC 해직 기자도 “언론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관심을 최대한 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언론이 국정원 보도를 실패한 게 아니라 거꾸로 성공한 케이스”라며 “부정선거 논란 관련해 가급적 보도하지 않고 관심이 멀어지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지상파 뉴스와 비교해 호평을 받고 있고, 이날 토론회에서도 주목받은 JTBC의 유상욱 법조팀장은 “많은 관심과 보이지 않는 기대를 받고 있어서 JTBC 구성원으로서 상당히 고무돼 있다”면서 “한편으론 지상파 뉴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같은 언론인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현장에서 보면 지상파 뉴스 기자들도 열심히 취재하고 있고, 나름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도 할 거라 생각하는데 문제는 내부 시스템”이라며 “취재 기자가 발제했을 때 메인뉴스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데스크나 뉴스를 배치하는 권한을 가진 분들의 인식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연이은 단독 보도로 민주언론상까지 수상한 정환봉 한겨레 기자는 “국정원 사건이 ‘물타기’ 되지 않기 위해선 새로운 팩트가 계속 발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기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이나 내란음모 사건으로 국정원 사건이 덮여질 거라 짐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보도되고 있는 것은 이 사건 자체가 가지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치명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만한 새로운 사실들이 끊임없이 발굴되고 여러 언론에서 취재, 보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