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한국일보가 공개매각에 나선 가운데, 지난 21일 총 6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들은 향후 3주가량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지난 21일 3시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기존 언론기업과 중견기업 등 총 6곳이다. 당초 지난 8일 공개경쟁 입찰 매각공고가 난 후 다양한 업종의 10여개사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종 6곳이 서류를 접수했다.
매각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약 3주간 예비 실사를 진행한 후 다음달 중순경 본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은 후 이르면 연말 또는 1월내로 본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은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등 공개경쟁 입찰로 진행된다.
종합일간지 매각은 처음인 만큼 언론계 및 기업들의 관심은 높다. 일부 언론 관계자들은 매각 추진 전 한국일보 부채 상황 등을 볼 때 실제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공고가 나자 상당수 기업들이 내부 검토를 진행했고, 6개라는 적지 않은 곳이 의향서를 내면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한국일보의 ‘브랜드’ 파워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창간 60주년을 맞는 한국일보는 1980년대 이전 ‘1등 조간신문’으로 이름을 날렸다. 의향서를 낸 한 기업 관계자는 “지금 한국일보가 경영 상 어렵긴 하지만 매력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며 “언론사로서 특히 정치·사회 분야에서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는 데 적절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6개사의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져 인수가격이 다소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실사를 통해 부채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각 사의 내부 경영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리한 가격 경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산정한 가격을 바탕으로 일부 브랜드 프리미엄이 더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한국일보를 빠르게 경영정상화 시키는 데 도움 되는 투자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측도 인수가격 외에 투자계획, 경영 능력, 자본건전성, 고용승계, 언론에 대한 이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통 인수합병에 가격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언론이라는 특성상 그 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입찰 전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신중한 반응이다. 기자들 사이에 편집권 및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일부 있다. 한국일보 한 기자는 “어떤 기업이든 언론사라는 지위를 이용하려 하기에 앞서 ‘춘추필법’의 전통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 매각이 진행되면서 장재구 회장 측은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재구 회장과 장재민 미주 한국일보 회장 등 주주들은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채무자회생법 중 임금채권자 등 공익채권자도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 개시를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원이 숙고 끝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만큼 위헌심판이 제청된다면 결정을 번복하는 셈이기 때문에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일보 노조 관계자는 “신청 자체가 기각될 것으로 보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라며 “위헌 신청 자체가 무리수”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 전·현직 기자들과 논설위원 등 201명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9월 6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지난달 25일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을 승인했으며, 한국일보는 지난 8일 매각 공고를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