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주력 앵커 교체…노조·지역MBC 압박 '양동작전'

김재철 체제 가지치기·노조 무력화
김종국 사장 연임 초석 다지기 행보

김고은 기자  2013.11.13 13:46:03

기사프린트

김종국 MBC 사장이 취임 반년여 만에 ‘잠행’ 모드를 깨고 대외용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면서 안팎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임기 10개월짜리 ‘한시적’ 사장직에서 벗어나 내년 3월 사장 재선임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초석 다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MBC 뉴스의 ‘얼굴’인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다. MBC는 오는 18일부터 평일 ‘뉴스데스크’를 진행할 새 앵커로 박상권 기자와 김소영 아나운서가 결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앵커 교체는 김종국 사장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처음 이뤄진 보도국 내 주요 인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재철 체제’의 핵심 인사였던 권재홍 보도본부장과 배현진 아나운서의 앵커직 동반 하차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언론계에선 그동안 김종국 사장과 권재홍 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간의 ‘파워게임’ 양상을 주목해온 터라 김 사장이 연임을 위해 ‘김재철 체제 가지치기’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앵커 인사에는 김종국 사장의 뜻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 중이던 박상권 기자를 불러들이고, 김장겸 국장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도인태 기획취재2부장의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선임을 밀어 붙인 것도 김 사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 관계자는 “사장 입장에선 권재홍, 배현진 앵커가 ‘뉴스데스크’에 있는 한 절반의 시청자를 잃고 간다고 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결과적으로는 김장겸 국장의 동의하에 이뤄졌고 ‘파업 참가자 배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용인술이 한계 또한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권, 도인태 앵커는 지난해 파업 기간 각각 파리와 뉴욕 특파원으로 재직하면서 특파원 일동 명의의 김재철 사장 퇴진 촉구 성명에 참가했지만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반대로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여성 아나운서들은 이번 앵커 오디션에서 탈락했다. 이 때문에 이번 앵커 교체를 김 사장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며, 임기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김 사장이 재선임 국면을 앞두고 빼든 ‘보여주기 식’ 카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이 연일 노조와 대립 관계를 보이는 것도 결국은 사장 선임의 키를 쥔 방송문화진흥회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노조 장악을 공약으로 선출된 김 사장이 구성원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연임하는 길은 포기하고 더 큰 힘으로 노조를 세게 밀어붙이는 작전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국 사장은 최근 노조와의 단체협상에서 언론노조 탈퇴를 사실상 종용한 데 이어, 임금협상에선 본사 포함 19개 MBC를 대표해 본부노조 차원에서 총괄 협상을 해온 관례를 깨고 각 사별로 개별 협상을 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지역MBC들은 “단일 노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했다. MBC노조는 “노노 갈등과 노조 분열을 유발하려는 저의”라며 공동 협상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역MBC에 대한 흑자 경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지역MBC의 경영 적자를 문제 삼으며 비상경영을 압박해 왔다. 이에 따라 지역사에선 이미 두 차례 상여금 체불 사태가 발생했고 연월차수당 지급 축소, 안식년 확대 도입, 제작비 삭감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긴축 경영안이 검토 중에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사 간부회의에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었다. 지역MBC 노조 한 관계자는 “부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사들이 자체제작 편성률이 15~20% 수준에 그쳐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서 자체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흑자 내는 데만 연연한다면 제조업체 사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며 “김 사장이 진정 연임을 하고 싶다면 MBC 네트워크 체제를 존중하고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 자신의 책무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