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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위기와 이념 대리전…'저널리즘의 위기' 공론화

관훈클럽 '저널리즘의 품격' 토론회

장우성 기자  2013.11.06 14: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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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기 편 감싸기’ 진영논리가 권언유착으로 발전
언론자유 제한 규정한 언론법체계 정치예속 불러


‘저널리즘의 위기’ ‘저널리즘의 품격’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왜 지금 다시 ‘위기’인가.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확산과 지상파, 종이신문 등 올드미디어의 쇠락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따라 미디어의 주 수익원인 광고도 급감하고 있다. 언론사의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편집과 경영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수’와 더불어 최근 커다란 논란과 찬반 공방을 부른 구체적 보도도 줄을 이었다. 채널A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보도, TV조선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보도와 이를 전례없이 대대적으로 인용한 KBS 뉴스9의 보도 등이 그것이다. 최근 열린 두 개의 언론 토론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의 심각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지난 5일 관훈클럽이 주최한 ‘한국 저널리즘의 품격’ 토론회에서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한국 언론의 품격이 문제시되는 배경으로 △언론사의 난립 △절대적인 광고의존도 △개성없는 획일주의 △정치판의 이념대결 투영 등 4가지를 꼽았다.

언론사 난립의 일례로는 한국 종합일간지의 현황이 꼽힌다. 한국은 전국종합일간지가 11개에 달한다. 인구가 한국의 두배에 달하는 일본은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제외해도 5개에 그친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종합일간지를 따지면 233개(2012년 현재), 인터넷매체는 3900여종에 달하고 있다. 방송도 종합편성채널 4개와 보도전문채널 1개가 신규 진입한 상태다.

광고의존적 수익구조도 언론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남 교수는 발제문에서 “한국신문의 판매 대 광고 수입이 평균 25% 대 75%인 데 비해 일본은 68% 대 31%, 영국은 51% 대 48%”라며 “한국 언론은 이 같은 수익구조로 광고수주를 위해 부수경쟁과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 선정주의 보도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언론들이 유사한 제작방식으로 획일주의에 빠지면서 속보경쟁과 미확인보도 선정보도가 체질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 진영논리 역시 언론의 목을 죄고 있다. 남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판의 이념 대결이 언론에도 그대로 투영되면서 보도와 논평이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며 “언론이 진영논리에 빠져 자기 진영은 무조건 감싸고 상대방 진영은 사사건건 공격하는 행태를 보여 정치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이념적 편향성과 진영논리는 개별 언론인에 그치지 않고 언론사 차원의 권언유착, 정언유착으로 발전하는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언론법제에서 언론자유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저널리즘 위기의 뿌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심석태 SBS 기자(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은 ‘언론자유의 본질과 언론법제’라는 발제를 통해 “온전한 언론자유에 앞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의 언론법제를 분석했다.
심석태 기자는 “우리 사회에는 언론자유의 한계와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법제도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면서 “한국 언론법제를 이해하는 첫 번째 코드는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자유의 남용과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일이지만 이는 선진국의 양상과는 다르다. 미국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 논의가 시민사회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제3공화국 헌법과 5공 시대 언론기본법의 내용이 상당부분 현재 언론법체계에 반영되면서 새로운 규제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사실 적시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인정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 법제화된 언론중재제도는 인권보호라는 명분으로 언론자유가 규제되는 한 예로 꼽힌다. 이에 대해 심 기자는 “언론자유가 애초 가장 근본적인 인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너무 쉽게 잊혀진다”면서 “언론자유를 전제하지 않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존재할 수 없다. 다른 기본권과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손쉽게 언론자유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언론자유는 질식할 수 밖에 없다”고 언론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추세는 다른 기본권에 비해 언론자유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UN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규약을 비롯해 유럽인권협약, 미국 수정헌법 1조 등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를 핵심적인 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도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통해 이러한 국제규범을 수용하고 있지만 “민주정치 체제에서 기본적 인권으로서 언론자유의 본질적 성격은 종종 망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헌법의 역사도 언론자유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제2공화국 헌법 제13조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예외적인 것으로 꼽힌다.

현행 헌법의 언론자유 관련 조항은 제3공화국, 유신, 제5공화국 때 만들어진 내용이 기초가 되고 있다.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검열과 행정적 통제 수단이 도입됐고 유신헌법은 ‘국가안전보장’을 포함해 법률에 의한 언론자유의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 이어 5공 헌법에서는 언론에 대한 피해보상 규정이 신설됐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현행 헌법에도 골간으로 계승되고 있다. 심지어 1961년 파동을 일으킨 ‘언론윤리위원회법’이나 신군부의 ‘언론기본법’은 언론통제라는 비판 속에 백지화되거나 폐지됐지만, 이 법률이 도입했던 ‘언론의 공적 책임’ 개념은 민주화 이후에도 현행법에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심 기자는 “해당 조항이 어느 정권에서 만들어졌느냐만 놓고 적절성을 논할 수는 없다”면서도 “민주주의 체제의 필수 요소인 언론자유의 중요성보다 미국 수정헌법 1조보다 낮은 정도의 보호 수준을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특히 방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에 예속되고 논란이 거듭되는 것도 이 같은 법적인 배경이 있다는 주장이다. 심 기자는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 규제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방송법이 다시 제정되는 과정에서 자율에서 타율로 바뀌고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조항이 대거 만들어진 대목은 의미심장하다”면서 “방송을 공적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공적 통제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송 영역은 그 이후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오태규 관훈클럽 총무는 “산업적 위기, 정파주의 등으로 한국 언론이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언론인 모두 무엇이 문제인지는 잘 알고 있다. 자기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실질적 해법을 찾는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