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작진과의 협의 없이 이뤄진 사측의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 결정에서 시작된 논란은 이에 반발하는 제작PD 전원에 대한 연출권 박탈과 업무 변경 지시로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야기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4일 ‘낙하산 MC 사태 관련 자율성 침해 규탄 및 공정방송 사수대회’를 열고 ‘진품명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와 경영진의 만행을 규탄했다. 홍기호 새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주 목요일(10월31일)부터 KBS에는 역사상 최초의 일들이 계속 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위원장은 “이상한 MC 하나 꽂아 넣으려고 PD 4명에 팀장까지 인사 조치하는 일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며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싸우는 것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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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4일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TV쇼 진품명품 낙하산MC사태 관련 자율성침해 규탄 및 공정방송 사수대회'를 열었다. (언론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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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달 16일 ‘진품명품’의 진행자를 윤인구 아나운서에서 김동우 아나운서로 교체한다고 제작진에게 사실상 ‘통보’했다. 이에 제작진이 “MC 교체는 가능하지만, 일방적인 지시는 거부한다”며 “PD와 함께 MC 선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것을 전제로 새 MC가 결정될 때까지 기존의 MC로 하자”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31일 한 스튜디오에 두 진행자가 함께 나타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녹화 준비 한 시간 만에 교양문화국장의 결정으로 녹화는 취소됐다. 그리고 이날 저녁 ‘진품명품’ 팀의 김창범 PD가 방송문화연구소로 인사 발령이 났고, 나머지 PD 3명과 팀장도 잇따라 업무 변경이란 이름으로 인사 조치됐다.
지난달 21일 ‘진품명품’ 팀으로 배정 받은 지 열흘 만에 다시 인사 조치를 당한 정혜경 PD는 “이 MC는 되고 저 MC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MC를 선정하는 문제는 PD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서로 양보하고 수용하며 가장 적절하고 자질 있는 MC를 함께 선정하자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며 “단순히 그 절차를 지켜달라는 것뿐인, 실제로 별 문제 없는 것 같은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타 부서로 발령을 받은 박상조 PD는 “우리가 제시한 어떤 의견이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마치 깜깜한 절벽과도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PD의 제작 자율권과 MC 선정권에 대해 더 이상 후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품명품’의 최인성 전 팀장 등 PD 5명은 4일 성명을 내고 “MC 선정 과정에서 제작 PD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대해 전원 연출권 박탈과 업무재배정, 타국발령이라는 초유의 만행을 접하고 분노를 억누를 길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MC 선정에 의견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PD는 시체 아니 좀비나 마찬가지”라며 “권력의 지시를 받는 주술사의 주문에 따라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좀비 PD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나원식 KBS PD협회 부회장도 “이 사태를 보고만 있으면 우리가 좀비나 로봇밖에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비스(사내게시판)에 보면 ‘직종 이기주의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제작 자율성이냐’ 하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제작 자율성이란 게 뭐냐. 사내 유무형의 외압에 굴하지 말고 불편부당하게 모든 국민들에게 양식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제작 자율성의 의미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알갱이는 가고 쭉정이만 남아 알갱이 행세 하는 시대에 잘못 된 것에 저항하고 모일 수 있을 때 모여야 한다”며 “여러분이 좌절하고 저항도 못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 저들이 가장 바라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는 오는 10일 김동우 아나운서 진행으로 ‘진품명품’ 방송을 그대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밝혀 후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