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30일 오후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와의 대화는 이번 보도의 단초가 됐습니다. 항공기 GPS 기기가 원인미상의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데스크에게 즉시 보고됐고, 곧바로 취재팀을 꾸려 확인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공항 장비 이상에 따른 안전 문제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취재 과정에서 예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항공기 운항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확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벌써 180여대의 항공기에서 GPS 장치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미 ‘GPS 신호이상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각 항공사에 전달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파교란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이 같은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경인일보는 지난해 5월 2일자에 <北 ‘전파교란 공격’ 항공기 180 여대 피해> 제하의 기사를 시작으로 관련내용을 집중보도했습니다.
경인일보의 첫 보도가 나간 후 정부는 총 252대의 항공기에 GPS 장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발생한 피해가 없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전파교란의 발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착륙을 시도하던 민간 항공기 등 3대가 착륙과정 중 GPS에 이상을 일으켜 재착륙 하는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국토교통부는 전파교란 발신지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발신지를 북한으로 지목했고, 전파교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처별로 나눠져 있어 사건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에서 발사되는 전파교란이 항공기뿐만 아니라 선박의 GPS도 고장을 냈다는 점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인천 앞바다를 운항하는 100여대의 선박에서 GPS 장애가 발생했고, 서해 5도 연평도 어선 40여척이 같은 이유로 1주일째 조업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특히 연평도의 한 어선은 먹통이 된 GPS 때문에 북한 해역으로 넘어갈 뻔했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선박피해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습니다.
북한의 GPS전파교란에 의한 선박 피해는 서해5도 섬 주민들의 제보가 결정적 단초가 됐습니다.
항공기 부분에만 집중하던 취재팀은 섬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인천해양경찰서 등을 추가 취재해 북한의 GPS 전파 교란에 따른 선박피해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서해5도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던 곳입니다. 섬 주민들은 안보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경인일보의 항공기 피해 보도 이후, 선박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제보한 것입니다.
취재팀은 이후,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더욱 교묘하고 강력해진 북한의 전파교란 공격의 심각성을 확인해 지적하고, 이 같은 공격을 막을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과 중요성을 후속보도를 통해 강조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GPS전파교란의 발신지로 북한을 지목하고 항의에 나섰습니다. 또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기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파교란 발생 열흘이 넘은 시점이라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북한의 GPS전파교란 공격 문제는 지난해 '한중정상회의'의 의제로도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공동대책 마련에 합의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GPS 전파교란 공격 잠정중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상회담 의제화 과정에서 북한이 부담을 느끼고 전파교란공격을 중단했다는 분석도 함께였습니다.
결국 경인일보의 이번 보도는 북한 GPS전파교란 공격의 심각성을 사회에 공론화하고, 한·중 양국이 공동대책을 마련키로 하는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은 지역언론의 입장에서는 평소 다루기 힘든 주제였습니다. 관련정보가 지역이 아닌 서울의 정부부처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대북 관련 문제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달랐습니다. 인천에 있는 공항과 항만 등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국토해양부 등 정부당국을 상대로 취재를 진행한 결과 지역언론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안보 문제는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 입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부처의 안일함은 할 말을 잃게 할 정도였습니다.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직접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방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구실로, 국방부는 보안상 말해줄 것이 없다며 이번 일을 축소시키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당초 GPS 교란으로 항공기가 직접 피해를 당한 사례는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후속 취재를 통해 국내 민간항공기 3대가 착륙 도중 GPS에 이상을 일으켜 급상승 뒤 재착륙했다는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기 GPS라는 전문 분야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난관도 많았습니다. 전문 용어가 많아 취재를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그럴 때 마다 항공대 출신인 사회부 김성호 기자의 도움으로 문제를 보다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상대가 북한이든, 아니든 정치적 사상이나 이념이 어떠하든 간에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번 건은 별거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질 텐데.” 다시한번 언론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를 이번 취재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