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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7살 초등생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 '충격'

뉴시스광주전남 이창우 기자  2013.11.04 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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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자씨는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어린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정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세상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도 빛나고 해맑은 영혼을 지닌 어린이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통영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 사건, 나주 7세 여아 성폭행 사건 등 잇따르고 있는 어린이 대상 강력범죄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안전지대에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1년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00년~2010년까지 11년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1만 여건에 달하고 이중 48%에 해당하는 4500 여건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분석됐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2005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감소하다가 2008년부터는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른들의 그릇된 성의식이 가장 큰 문제로 확인되고 있다. 나주 7세 여아 초등생 성폭행 사건도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한 어른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은 어린자녀를 품어줄 최소한의 안전지대인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진 것에 대한 반성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다시금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성범죄에 대한 언론의 보도 매뉴얼에도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해 8월30일 오전 전남 나주는 태풍 '볼라벤'의 내습으로 배 과수원과 시설하우스가 큰 피해를 입어 복구가 한창이었다. 연이은 태풍 '산바'의 북상 소식에 편한 복장에 노트북과 카메라를 챙겨들고 태풍 피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섰다.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시내 곳곳에서 정복을 착용한 채 열을 지어 부산히 움직이는 경찰 수개 중대가 눈에 띄었다.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대민지원 활동을 나왔다면 운동복 차림이었어야 하는데 정복이라니…. 직감적으로 뭔가 큰 일이 났구나 싶었다.

한 의경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수색 중이다”는 짤막한 답변만 돌아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단 카메라를 꺼내들고 수색 중이던 경찰들의 모습을 담은 뒤 경찰을 상대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집에서 잠자다 사라졌으며 가출인지 실종인지 확인 중이다”는 소스를 확보했다. 본격적인 취재를 위해 실종된 초등학교 1학년 A(7)양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이미 A양의 집에는 어머니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고 실족했을까봐 밖에 있던 화장실도 살펴보고, 세탁기 안까지 열어봤지만 A양이 발견되지 않자 최소 인원만 남긴 채 철수한 상태였다.

이날 집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들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하고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 즉각 관할경찰서에 상황보고를 타전한 사실도 확인했다. ‘아동 납치사건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나주경찰서는 곧바로 전·의경 200여 명을 투입해 집주변 수색에 들어간 사실도 이때 인지했다.

A양의 집은 도로가와 인접한 상가형 주택으로 제대로 된 방은 한 칸에 불과했다. 한 눈에도 허술해 보인 이 집에서 부모와 4남매를 포함해 6식구가 살고 있었다. A양의 어머니가 몇 해 전까지 분식점을 운영했으나 장사가 되지 않자 접은 뒤 식당 홀(hall)을 개조해 거실 겸 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A양 아버지를 상대로 사건 당일 집안 상황부터 체크했다. 평소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기를 좋아 했던 A양은 이날도 귀가한 뒤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빠는 안방에서, 거실에서는 A양과 엄마, 여동생, 언니, 오빠가 함께 잤다. A양은 잠금 장치가 풀린 거실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쪽에서 잠을 자다가 이불째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엄마와 4남매가 잠자던 공간인 거실을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장치는 부실한 샤시 미닫이 출입문이 전부였다. 문에 달린 유리창은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열악한 상태였고 불행히도 사건 당일 위태롭던 거실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이날 새벽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생활고를 만회하기 위해 분식점을 운영하다 우울증에 빠진 A양의 엄마는 인근 PC방에서 심야 컴퓨터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A양 아버지는 “아내가 밤 11시께 인근 PC방에 갔다가 새벽 2시30분께 귀가해 거실에서 잠을 자던 중 막내 딸아이 소변을 뉘어주기 위해 새벽 3시께 화장실에 갔었고 거실에서 잠들어 있던 딸을 그때까지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아버지는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딸의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신발만 남긴 채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이 최근에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은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나중에 가까운 지인 집에서 놀고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 55분께 A양이 집과 250m 떨어진 나주 영산대교 인근에서 탈진한 채 쓰러져 있던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이 발견해 순찰차에 태워 인근 병원으로 급히 후송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A양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알몸인 상태로 탈진한 채 젖은 이불에 쌓여 있던 A양의 얼굴에 출혈 등 부상이 있었으나 성폭행 흔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답변이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의료진이 A양을 진단한 결과 성폭행 피해사실이 확인됐고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기자는 <잠자던 7살 초등생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 ‘충격’>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첫 보도했다.

긴박하게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유치원생 딸을 둔 한 아버지로서 가슴 한곳에서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인간이기에 집안까지 침입해 어린 애를 납치한 뒤 성폭행 했을까, 사람이 아니라 괴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뉴시스의 최초 보도 이후 끔찍한 사건이 순식간에 세상에 알려졌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국민적 분노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표명하기까지 이르렀고 범인 검거를 위한 경찰의 수사 또한 숨 가쁘게 진행됐다.

나주경찰서에는 이날 오후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졌고 사건발생 이틀째인 지난해 8월31일 나주서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언론사가 총 출동해 취재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뉴시스도 광주에서 사건팀 기자 3명이 전원 나주로 투입돼 총 4명의 기자가 취재에 나섰다.

경찰은 괴한이 A양의 집 구조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성폭행 전과자나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A양 집을 기준으로 좌측 130m 떨어진 스쿨존과 우측 300m 사거리에 각각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 기록을 검색했으나 사건 당일 비가 내리고 기상이 좋지 않아 화질이 ‘먹통’에 가까워 아무런 단서도 확보하지 못하고 당혹스러워 했다.

병원에서 조금 안정을 찾은 A양이 자신을 납치해 성폭행한 괴한을 ‘삼촌’이라고 지칭한 점과 당시 옷차림 등을 소상히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용의자를 스포츠형 머리를 한 20~30대 남성으로 특정해 A양 집 주변 마을에서 탐문수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한 남성으로부터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다.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이 A양의 집 인근 PC방을 자주 다녔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용의자의 이름과 즐겨 찾는 순천의 PC방까지 확인하고 순천터미널 인근 PC방에 형사 5명을 잠복시켜 범행 하루 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수사 결과 그날 새벽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천인공노할 사건의 전모가 속속 밝혀지기 시작했다. 평화롭게 잠을 이어가던 A양은 얼마가 지났을지 모르는 시간에 이불의 뒤척임에 눈을 떴다. 순간 온 몸이 얼어붙었고 괴한이 자신을 이불째 안고 어두운 밤거리를 걷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극한의 공포심을 느낀 A양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괴한은 “삼촌이니까 괜찮다. 같이 가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 안까지 침입해 A양을 이불째 들고 나온 괴한은 집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 영산강변으로 향했다. 괴한은 4분여를 걸어 영산강변도로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 도로를 건넜다.

괴한은 곧장 영산강 둔치로 내려가 A양을 상대로 금수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괴한은 알몸인 A양을 그대로 방치하고 달아났다.

직장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A양은 300m 거리의 지척에 있는 집으로 가지 못했다. A양은 있는 힘을 내 도로 인도까지 올라갔으나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이날은 제14호 태풍 덴빈이 전남 지역을 강타해 나주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태풍속에서 추위와 공포심, 극심한 통증에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렸을 A양은 수 시간째 폭우를 가녀린 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A양은 이날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끝에 낮 12시55분께 쓰러진 현장에서 발견됐고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온 몸은 젖어 있었다. 얼굴의 멍 자국과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은 빗물에 젖어 퉁퉁 불어 있었다. 가슴 아프고 끔찍했던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의 범인 고모(24)씨는 피해아동의 부모와 알던 사이였다. 이에 앞서 발생했던 통영 초등생 성폭행 살인사건 범인 김모(45)씨도 피해아동의 집 근처에 살던 동네 아저씨였다. 이처럼 아동 성범죄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열등감이 심하고 심각한 정신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잠재적 성범죄자들이다.

범인 고씨의 경우 7살때 아버지가 재혼한 뒤 시작된 새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불우한 가정환경과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학교를 중퇴한 고씨는 어린 나이에 취업해 돈을 벌어야 했다.

부모의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고씨는 이후 성인이 됐지만 인간적인 소통의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아동포르노에 심취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 고씨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자신의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맑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A양.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대신해 막내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 방과후 학습장까지 늘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또래 아이들 같으면 엄마의 따스한 사랑을 받으며 한창 응석을 부렸을 이 어린 소녀는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두터운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A양은 1심 재판부에 보낸 편지를 통해 “나쁜 아저씨가 또 데려갈까봐 무섭다. 많이 혼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 이후 외과수술을 무사히 마친 A양은 물론 가족들도 현재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알려졌다.

가정과 사회의 허술한 안전장치로 인해 끔찍한 성범죄의 희생양이 된 A양의 피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성범죄자 양형 강화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범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만은 충분하다. 또 다른 A양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기자상 수상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더 열심히 귀 기울이라는 채찍과 격려의 의미로 가슴속에 새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