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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 종편이 방송저널리즘 위기 불렀다"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의 위기와 전망' 세미나

김희영 기자  2013.10.31 18: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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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스마트 시대 방송저널리즘의 위기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스마트시대 방송저널리즘의 위기와 전망’ 세미나에서 학계 인사들이 “지상파·종편이 진실보도를 외면해 방송저널리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이 사실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뉴스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지난 7월부터 석 달간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KBS는 6일(8월29~30일, 9월2~5일)에 걸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방영순서 상위 5개 아이템으로 집중 보도했다. MBC는 5일, SBS는 4일이었다. 특히 타사가 보도한 채동욱 혼외아들 논란과 관련해서도 KBS(2일), MBC(1일)가 상위 5개 아이템으로 선정해 ‘받아쓰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뉴스생산은 양질의 저널리즘 실천과는 거리가 멀다”며 “상업방송인 SBS가 공영방송인 KBS, MBC보다 사회적 갈등 이슈에 더 주목하고 경성뉴스를 더 많이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채널A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을 보도한 것,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관련된 TV조선의 가정부 증언 보도, 그리고 이를 KBS가 메인 뉴스를 통해 인용한 사례 등이 방송저널리즘의 윤리 수준에 문제가 제기된 직간접적 계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 교수는 “특히 채동욱 의혹 보도는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의 보도라고 볼 수 없다”며 “매체 간 경쟁 격화 상황에 놓인 방송저널리즘이 선정성과 폭력성을 높여가며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와 윤리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성일 서강대 교수는 종편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방송에도 ‘퇴장의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부르디외의 ‘장(field)’ 이론에 빗대 종편 저널리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의 입장과 퇴장에는 최소한의 규칙과 통제가 필요하며, 따라서 종편 재승인 기준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종편 허가를 내주는 일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면 최소한의 규칙도 따르지 않는 무분별한 저널리스트를 양산해 저널리즘의 질 저하가 가속될 것”이라며 “특정한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언론활동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이고, ‘퇴장의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기자들은 학계의 지적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호소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전 JTBC 보도국장)은 “사실 방송저널리즘이 신문보다 풍성하지 못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었다”며 “그런데 일단 돈이 많이 들어가고 인력이나 장비에도 한계가 있다. 또 방송기자들이 시청률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만만치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 논설위원은 “종편 보도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종사자들도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접근을 하기 위해 늘 노력했고, 편향성의 문제는 있지만 심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며 일종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필모 KBS 보도본부 해설위원은 방송저널리즘의 윤리 문제와 관련해 “방송은 그간 기술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저널리즘 윤리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과 경험은 아예 없었다”며 “기자교육 과정에 아직도 관료적인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석태 SBS 국제부 부장은 “일선 기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사회에서 저널리즘은 어떠한 역할을 기대받는지’ 구체적 실천방향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