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의 연내 처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4개월째 교착 상태인 KBS 이사회의 정상화 기미는 요원한데, KBS 경영진은 보이콧 중인 야당 측 이사들을 설득할만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안은 이사회를 통과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가도록 되어 있어 30일과 다음달 6일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연내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KBS 이사회 여당 측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심의, 의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졌다. 수신료 인상의 최종 키를 쥔 국회가 KBS의 자구 노력과 함께 이사회의 원활한 합의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찬반 격론을 벌이면서도 “이사회 합의가 먼저”라는 점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였다.
“수신료 인상이 안 되면 1TV 광고라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KBS 이사회에서 결정돼야 그 다음 단계 진행도 가능하다”며 “KBS 집행부가 나머지 이사진에 대한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정치적 타협 능력이 모자라 수신료 문제를 끌어선 안 된다”며 “수신료 회계 분리 등 야당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이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은 KBS로 다시 넘어간 셈이다. KBS 관계자는 “길환영 사장이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라며 “그 칼이 사장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사회 논의의 정상화를 위해 길환영 사장이 적극적으로 중재와 설득에 나서야 하며, 그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KBS는 지난 6월 이사회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이 7월 여당 이사들에 의해 단독으로 이사회에 상정된 이후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런 점에서 길환영 사장의 ‘소수 이사들 탓’이나 KBS노동조합(1노조)과 사내 게시판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이사회 압박 여론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수신료 현실화의 키를 잡고 있는 이는 이사회가 아니라 길환영 사장”이라며 “‘수신료 정치’를 하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사장이 중심에 없는 수신료 논의는 어떤 결실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