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저널리즘 원칙에 확고히 입각하려면 일선 기자들의 활발한 참여와 감시·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경제신문 일선 기자들의 공정보도 감시기구는 다른 종합일간지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조직 활동이 부진하거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다.
그중에서도 한국경제 노조의 ‘바른언론실천위원회’(바실위)는 활동이 비교적 왕성한 편이다. 바실위는 노조위원장이 겸임하는 공보위원장 및 10여명의 공보위원으로 구성됐다. 전임자인 노조위원장이 바실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전문적인 활동이 용이한 배경이 된다. 공보위원은 각 부서별로 1명씩 10년차 이하의 젊은 기자들이 주축이다. 한달에 한번 공식 회의를 열고 공보위 신문격인 ‘바실회보’를 낸다. 집행부의 방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올해의 경우 매달 빠짐없이 바실회보를 발행했다. 기사 가치 판단부터 편집 방향, 편집국 운영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바실위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참여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사내 게시판을 통한 의견 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가 제기되면 편집국 간부들과도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정착돼있다고 한다.
한국경제 노조 한 관계자는 “바실위를 통한 사내 자정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일선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간부들도 열린 자세로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노조 공정보도위원회가 구성은 돼있지만 실질적인 활동이 뜸한 실정이다. 공보위 보고서도 수년째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 노조 공보위는 현재로서는 활동이 부진한 상황이다. 서울경제 노조는 기자들 사이에서 공보위 강화 여론이 많아 올해 들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6월 이후 한국일보 사태와 회사 매각 추진 등에 노조가 집중하면서 공보위 활동은 불가피하게 소홀해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노사 단체협약에 공보위 설치 근거 조항을 최근 마련해 공보위 조직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직 실제 활동을 벌인 바는 없지만 올해 임단협이 정리되는 대로 공보위원장을 임명하고 본격적 운영에 들어갈 전망이다.
헤럴드경제는 노조 규약에 공보위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저조한 관계로 헤럴드경제 기자협의회 산하에 공정보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위원장과 함께 부서별로 1명씩 공보위원을 두고 있다.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못한 편이라는 자평이다.
지난해 회사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출범한 아시아경제는 공보위가 가동된 지 1년 남짓됐다. 공보위원장 외에 공보위원들은 비공개로 활동하고 있다. 공보위 신문 형태로 한 달에 한번 꼴로 내부에 대자보를 게재한다. 사내에 대자보가 공개되면서 간부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후문이다.
노조가 없는 머니투데이는 공보위 형태의 별도 조직은 없다. 한국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가 기자들이 필요할 때 편집제작 관련 의견을 개진하는 창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사내 기자상 심사위원회에 지회가 정식 참석하게 되면서 이 자리를 통해 기사 방향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경제신문 공정보도 감시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한 진단은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대부분 공보위원이 전임자가 아니다보니 안정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인력규모가 종합일간지보다도 열악해 업무가 과중한 경제신문 실정에서 공보위 일은 가욋일로 인식되고 있다.
또 간부들과는 물론이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이 상할 수 있는 공보위 활동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공보위답게 대응하려면 기사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럴 경우 선후배 사이에도 얼굴 붉히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침체된 경제신문의 경우 기사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문화가 쉽게 정착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기사와 편집방향에 대한 의견 개진도 기자 개인이 각개전투식으로 벌이는 게 일반적이다.
비교적 사정이 나은 곳도 공보위 신문 발간 외에 노사가 정례적으로 지면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공적 기구를 갖춘 신문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 경제신문 기자는 “공보위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경제신문이라고 해도 의견 개진 뒤 실제 반영되는 프로세스가 정식화된 곳은 드문 것 같다”며 “이따금 날카로운 지적이 나오고 간부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사후 과정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