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노장 기자들의 날카로운 펜 끝이 주목받고 있다. 각 언론사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1950년대생 ‘왕(王) 기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다양한 기명 칼럼으로 정부와 권력에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 대기자, 선임기자, 논설위원 등 고참 기자들이 현장을 벗어나면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짧지만 강한 어조의 칼럼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고참 기자들의 칼럼은 속도감 있는 현장 기자들과 달리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 과거 선배 기자들이 누렸던 정보 독점의 의미는 사실상 희미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바르고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고 “대안과 해결책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의 설명이다. 30~40년 경력의 이들 기자들은 오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로 좀 더 자유롭게 사회 이면을 꿰뚫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칼럼을 통한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정통 저널리즘에서 노장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곽병찬 한겨레 대기자는 지면 칼럼 외에 온라인 홈페이지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매주 기획연재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시작부터 “피기는 오래여도 지는 건 잠깐이더이다”며 꽃에 권력의 무상함을 빗댔다. 연서 형태지만 편집자주에서 “사랑과 존경의 말들로 채워지면 좋겠지만 원망, 걱정, 실망, 바람, 투정 따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8번을 연재하는 동안 제목만 봐도 날선 내용이 짐작된다. ‘대를 물려가며, 막가자는 건가요?’, ‘사초 실종이라고? 웃기지 말라고 하십시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등이다.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은 지난 2011년 5월 이후 ‘기자수첩 시즌2’를 2년 넘게 칼럼 형태로 연재하고 있다. 2006년 시즌1에 이어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는다”는 기자수첩은 정치, 사회, 언론계 등 폭넓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속 코너답게 ‘들려주는’ 내용으로 해설하듯 한 가지 주제에 여러 정보를 조합해 분석, 비판하고 때로는 기자 후배들의 정곡을 찌르는 미디어 비평도 날카롭다.
정통 칼럼 영역도 굳건하다. 40여년 경력의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코드수사를 하는 “검찰이 가엾다”, “진취적 보좌리더십 미달”인 김기춘 비서실장 인선을 다시 하라는 등의 칼럼을 기재했다. 비판이 주되지만 잘못도 바로 잡는다. 지난 22일 칼럼은 지난 8일 ‘가상소설, 함부로 쓰지 마라’는 글의 반성문이라고 밝혔다.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를 질타하며 비판한 글을 소개했지만 그 역시 다른 이의 창작물이었다며 “가상의 글에 스스로 속았다”고 고백했다. 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도 칼럼에서 “국민적 저항을 맞을 수 있는 역사의 경고” 등 숙고된 비판을 정제된 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기명 칼럼인 만큼 부담도 있다. 경력 및 명성이 있다 보니 대다수 글을 회사 논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상당수다. 한 고참 기자는 “때때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기도 하지만 편집국 논조로 여겨져 소재 선택부터 표현, 논리 전개까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경우 칼럼에서 지나치게 색을 드러내거나 한 쪽에 치우친 주장을 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회사로부터 웬만한 자유를 보장받지 않을 경우 자기 검열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후배들은 고참 기자들의 칼럼을 통해 선배들의 발자취와 노하우를 습득한다. 고참 기자들도 “기명인 만큼 명예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일간지 편집국 부국장은 “고참 기자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시각이 원숙하고 젊은 기자들이 보지 못하거나 찾기 어려운 점에 혜안을 갖고 있어 신문으로선 나서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철순 고문은 “안타까운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이념 논리로 갈라져서 상대방의 글이나 말을 인정하지 않고 보도하지도 않는 것”이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공공선을 지향하고 기자정신에 따라 사실 그대로 보편적인 상식에 입각한 칼럼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욱 콘텐츠본부장도 “상충되는 이해관계와 담론들 속에 어떤 것이 더 진정성 있는지 속 시원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으로 미래를 제대로 내다볼 수 있도록 칼럼은 물론 기사도 시대에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