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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은 제1의 근로조건"

최승호 MBC PD, 해고.징계자 소송 공판서 증언

김고은 기자  2013.10.25 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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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은 MBC 구성원들에게 임금보다 훨씬 중요한 제 1의 근로조건이다.”

최승호 전 MBC ‘PD수첩’ PD가 지난해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최승호 PD는 25일 서울남부지법 제 13민사부 심리로 열린 정영하 전 MBC노조 위원장 등 43명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송 변론기일에 원고 측 증인으로 참석해 “MBC노조 역사상 임금 문제로 파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의 싸움은 늘 구성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PD는 지난해 MBC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현재 비영리 매체 ‘뉴스타파’에서 앵커로 활약 중이다.

최 PD는 김재철 사장 재임 기간 내내 제작 자율성 침해와 공정방송 훼손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 것이 지난 2010년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의 불방 사태였다. 당시 방송을 앞두고 국토해양부가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김재철 사장은 사전 시사를 요구하며 방송을 보류시켜 파문을 빚은 바 있다. 당시 ‘4대강’편은 논란 끝에 방송됐지만, 후속 방송은 이뤄지지 못했다.

최 PD는 “후속 취재와 방송을 통해 문제 제기를 계속 했다면 정부도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방송을 막고 후속 취재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김재철 전 사장과 MBC 경영진이 4대강 사업 실패의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방송으로 홍역을 치른 최 PD는 이듬해 김재철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직후 ‘PD수첩’에서 타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최 PD 외에 ‘PD수첩’ 담당 부장 등 제작진 5명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 인사 발령을 받으면서 당시 시사교양국 PD들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후유증도 컸다. 원고 측 변호인은 강제 인사 발령과 끊임없는 제작 간섭으로 PD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김환균 전 ‘PD수첩’ PD는 진술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취재 중단 지시가 계속 돼 ‘PD수첩’에 복귀한 후에도 우울증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미영 PD도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난독증까지 겪었다”며 “의사도 원인이 회사라고 했다”고 말했다.

‘PD수첩’에 대한 신뢰도도 급락했다. 최 PD는 “2010년 이후 ‘PD수첩’에선 중요한 이슈들이 거의 다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2011년 한미FTA 반대 촛불 시위 현장에서 MBC 카메라와 취재진이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했고, MBC의 한 카메라 기자는 사내게시판에 참담함을 토로하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최 PD는 “그 글이 파업까지 가는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87년 6월 항쟁 당시 MBC 뉴스가 시민들을 ‘폭력시위대’로 취재진이 욕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 이후 방송을 제대로 해보자는 일념으로 노조를 만들어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해왔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22일 마지막 변론 기일을 진행한 뒤 이르면 12월이나 내년 1월 중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오는 28일에는 MBC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관한 변론 기일이 열린다. 손배소 재판에서도 파업의 정당성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