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를 바라보는 지상파 방송사 기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5월 손석희 앵커가 ‘친정’인 MBC를 떠나 JTBC행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이를 바라보는 언론계와 진보진영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하겠다”는 취임 일성에도 “개인이 뉴스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고, 14년 만의 앵커 복귀와 함께 ‘진실 보도’를 천명할 때에도 “삼성 비판 보도를 할 수 있느냐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난 14일 JTBC가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JTBC는 이날 톱뉴스를 포함, 총 다섯 꼭지를 할애해 삼성 노조 문건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해당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직접 출연시켜 삼성의 무노조 전략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보도는 즉각 SNS를 달궜고, 언론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종편 뉴스를 팔짱 끼고 보던 지상파 기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입사 10년을 넘어선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JTBC와 중앙일보, 삼성의 특수 관계를 떠나 이날 JTBC의 보도는 지상파에서 꿈도 못 꾸는 수준”이라며 놀라워했다. 이 기자는 “사실 은연중에 종편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었고 앵커가 바뀐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의 결과물들만 놓고 보면 적어도 JTBC 뉴스에 대한 색안경만큼은 벗어버릴 때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지상파 기자는 “비오는 날엔 소시지빵이 잘 팔린다는 우리 뉴스의 어이없는 실상을 보다가 JTBC 뉴스를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우리도 사장과 국장, 부장이 다 바뀌면 저런 뉴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김경래 기자도 페이스북에 “미드 ‘뉴스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고 JTBC 뉴스를 본 소감을 전하며 “그렇게 원하던 느낌의 뉴스 라인업을 손석희 사장 한 명이 맞춰나가는 걸 보면 어쩐지 씁쓸하고 허탈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일선 기자들과 달리 지상파 간부들은 JTBC와 손석희 사장의 ‘실험’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상파 한 팀장급 기자는 “시청률 지표에 경도되어 있는 간부들은 겨우 1%밖에 안 되는 JTBC 뉴스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손석희 뉴스’라는 인상이 강해 개인이 주도하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JTBC 변화에 대한 평가가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영방송 보도가 ‘망가진’ 상황에서 JTBC의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뉴스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는 평가다. 이 기자는 “JTBC의 삼성 보도를 중앙일보가 전혀 받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손석희 사장의 개혁은 JTBC 9시 뉴스라는 한정된 영역에 머무르는데 그칠 수 있다”며 “굳이 폄하할 필요도 없겠지만, 공과에 대해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