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보도와 관련해 공인의 사생활 보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와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권력기관화 된 언론의 문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민변 나연찬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인의 사생활 보도를 폭넓게 허용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합의나 법적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 변호사는 이와 관련된 기준으로 △공적 관련성 △보도 대상 행위의 위법성 혹은 부당하거나 윤리적 비난을 받을 행위에 불과한지 여부 △보도 관련 당사자들의 공인-사인 여부와 그 의사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지, 알권리 보호를 위한 보도인지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나 변호사는 “공적인 관련이 있는 행위가 이뤄졌거나 공인으로서 직무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라면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이 위법한 행위일 경우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에 불과한 것이라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직무 관련성을 기준으로 강조했다.
언론자유와 공인의 명예보호가 충돌할 때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발제에 나선 이진아 변호사(법무법인 대영)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보자의 비리 등에 대한 의혹 제기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야 하지만 ‘상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결론 또한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공직자 명예를 두텁게 보호하면 공익이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위축되고 국민 알권리와 언론자유가 제한된다”면서도 “공직자에 대한 모든 보도가 국민 알권리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어떤 불순한 의도가 알권리로 둔갑될 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청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기자의 관점에서 공인의 사생활도 적극적으로 보도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지켜야할 원칙과 룰이 있다. 조선일보가 이를 준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우선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 본인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첫날 기사에서는 단정적으로 ‘밝혀졌다’고 썼는데 이는 올바른 보도 태도가 아니다. 또한 학적부, 출입국 관리 기록 등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특정 의도가 상당히 개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영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겸임교수는 “공무와 관련되지 않는 한 공인의 사생활은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요즘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내세운다”며 “진짜 해야 할 보도는 하지 않고 황색 저널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지혜 시사IN 기자는 일선 기자들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송 기자는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여인의 집 앞에 타사 수습기자 10여명이 돗자리, 침낭 등을 가져와 진을 치고 있었다”며 “현장에 나가는 기자들은 갓 들어온 기자나 3~4년차 기자다. 무엇을 보도할지 결정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데스크의 판단이 중요한데 데스크는 선정성, 보도 경쟁 등에 앞서려고만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송 기자는 “이 때문에 요즘 들어 미디어를 취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그때마다 타사 기자들은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다’며 전화를 끊는다. 왜 본인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