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23일 KBS와 E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번 KBS 국감은 지난해 말 출범한 길환영 사장 체제 전반에 대한 첫 점검이 이뤄지는 자리여서 더욱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감에선 KBS 수신료 인상안, 보도 공정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은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인 KBS의 불공정 보도 행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수신료다.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4800원으로 올리는 수신료 인상안은 지난 7월 KBS 이사회에 상정돼 3개월 넘게 계류 상태에 있다. 야당 측 이사들의 강한 반발로 본격적인 심의와 의결 단계까지 가진 못했지만, 연내 국회 처리를 위해 이달 안에 이사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는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수신료 인상을 위한 명분 조성에 나선 상태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도 수신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인상안 처리를 추동하고 있고, 새누리당 미방위 의원들 역시 공공연하게 수신료 인상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KBS의 수신료 인상이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수행과는 무관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은 22일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KBS의 전체 공적책무 확대계획 예산 1조9133억원 가운데 69%에 해당하는 1조3277억원이 지금 당장 KBS의 공영성 강화를 위해 시급한 예산이 아닌 보여주기식 사업과 시청자가 아닌 ‘KBS 스스로를 위한 셀프예산’에 치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프로그램 공정성, 경영 투명성 강화’에 책정된 예산은 전체 공적책무 확대 예산의 0.04%에 불과해 사실상 ‘공정성’과 관련해 KBS의 공적책무 확대계획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KBS는 현재 제기되는 불공정 편파방송에 대한 비판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의 EBS에 대한 수신료 배분율의 위법 의혹도 제기됐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KBS는 방송법 시행령 제49조에 따라 수신료 수입의 3%를 EBS에 지원해야 하는데, 실제 수신료 배분율은 지난 5년간 2.8%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KBS가 한전에 지급하는 수신료 위탁 수수료율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6.15%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KBS가 지난 5년간 한전에 지급한 수신료 위탁 비용은 1772억 원이다.
유승희 의원은 “수신료 중 EBS에 지원되는 금액이 연간 163억원에 불과한데, 한전이 무위도식하면서 챙겨가는 배달료가 연간 400억원에 달하는 것은 본말이 한참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수신료가 공기업인 한전을 배불리는데 쓰일 것이 아니라 EBS의 공익적 프로그램 제작에 제대로 배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도 공정성 논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KBS 보도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KBS를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당시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KBS 보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국감에서도 민주당 의원들과의 설전이 예상된다.
특히 보도국장 해임 요구 사태까지 치달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관련한 ‘TV조선 베끼기’ 보도 논란과 가을 개편을 앞두고 불거진 역사 프로그램 불방 파문 등이 첨예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KBS는 21일 개편을 실시하며 신개념 역사 토크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을 신설했으나, 첫 방송을 앞두고 전례 없는 불방 조치로 내홍을 겪고 있다. KBS 새노조와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 등에 따르면 KBS 기획제작국장은 출연 패널 중 한 명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가 ‘교학사의 뉴라이트 국사 교과서에 대응하는 7개 교과서 저자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아 첫 회 방송분의 무기한 연기와 함께 아이템 교체를 통한 재녹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측은 “특정 패널을 문제 삼아 불방 조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궤, 8일간의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 제작 필요성에 따라 방송 시기를 몇 주 연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새노조는 23일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국회 앞에서 길환영 사장 취임 이후 일련의 제작 자율성 침해·편파보도 사례를 밝히고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