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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문기자협회(회장 이경우) 주최로 제33회 전국 신문·방송 어문기자 세미나가 지난 4월 25~28일 대만 뉴컨티넨털 호텔에서 ‘사회통합 측면에서 본 언어의 문제’를 주제로 열렸다. (사진=한국어문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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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11곳 교열기자 평균 5~10명 그쳐
인력부족 및 노동강도 강화 ‘피로도’ 높아
편집국 기자 교육 강화로 보완관계 필요지난 9일 567돌을 맞은 한글날이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이 됐다. 언론사들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과 글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사설을 쏟아냈다. 신문들은 또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외국어 남용 문제를 제기하며 “부끄러운” 한글 파괴 현상을 반성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언론도 이러한 반성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글쓰기의 표본’으로 여겨지던 언론이 올바른 우리말과 글 사용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사 내 교열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본지가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열기자 및 사원들은 평균 5~10명 안팎이었다. 매일경제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일보와 한국경제가 14명, 중앙일보가 13명, 조선일보가 9명,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이 7명, 한겨레가 6명, 국민일보가 5명, 세계일보 4명, 한국일보 3명 순이었다. 교열기자들은 과거 20여년 전 20여명이 넘던 시절은 이미 까마득한 옛일이라는 반응이다. 신문사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용 절감’은 최우선 목표가 됐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들어 교열부 및 교열 기자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교열부가 편집국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3년 처음으로 편집국 내 교열부를 폐지하고 ‘어문조선’(현재 ‘글지기’)으로 아웃소싱을 했다. 당시 아웃소싱으로 신문 품질 저하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언론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뒤이어 지난 2005년에는 중앙일보 교열부가 ‘중앙일보 어문연구소’라는 자회사로 분리됐다. 두 회사를 제외하곤 현재 대다수 편집국 내 교열부가 존재하지만, 정규직 인원은 감소되고 계약·임시직이 증가하면서 처우 및 급여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일간지 한 기자는 “과거에는 교열부에 남성이 많았지만, 현재 여성이 많은 것도 이 급여로 가정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열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인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취재기자와 달리 교열기자의 정규직 신입 공채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약직 또는 퇴임한 교열 기자 등을 충원하는 경우가 다수다. 매일경제나 국민일보 등에서는 기자가 아닌 사원 형태로도 존재한다. 교열기자들의 연차가 평균 15~30년차인 이유이기도 하다. 숙련된 교열기자들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입이 없다보니 5~10년차 중간층이 단절됐다는 평가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신입 채용이 되면 서로 키우고 데려 갈 텐데 인력이 끊겨 경력사원을 뽑으려 해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은 높은 업무 강도로 이어진다. 사람은 적고 지면은 많다보니 결국 오탈자 등을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어 오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교열기자들은 1명당 평균 5~7면을 맡고 있다. 때때로 10면을 맡기도 한다. 주요 지면이 아닌 경우 교열 없이 해당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교열을 보기도 한다. 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결국 인력 및 시간 부족으로 더 매끄럽고 간결하게 쓸 수 있는 문장도 그대로 두고 핵심만 고치게 되면서 신문 전체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열기자들의 달라진 야근 제도도 노동강도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자들은 “예전에는 야근을 하면 다음날 쉬었지만 지금은 인원이 부족해 바로 출근하는 등 피로가 누적된다”, “철야를 하면 다음날 쉬어야 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중간 판까지만 제작에 참여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 계약직 등을 활용하면서 교열에 대한 전문성 문제도 지적된다. 국민일보 한 관계자는 “별도로 공채를 하지 않고 계약직 등 임시 충원으로 구성하다보면 열의나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국 인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장 교열기자 채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취재·편집 기자들의 맞춤법 및 오탈자 교육을 강화해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현재 신문사들은 매일 신문 제작으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는 못하다. 내부 맞춤법 교재나 외래어 표기법 등을 사내 게시판으로 전하는 정도다. 그중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은 기자들이 자주 틀리거나 교열에서 바로 잡은 내용을 각 부서에 보고서 형태로 보내는 ‘티 없는 기사쓰기’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0여 년간 연재한 ‘우리말 바루기’로 기자들의 바른 글쓰기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교열기자들은 변화 추세 속에서도 교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탈자는 결국 신문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바른 말과 글 사용을 강조하는 신문사들이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교열은 신문이라는 상품의 마지막 포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오류가 나면 읽기 싫어진다. 교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후 교열기자 채용 등의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한 기자도 “실질적으로 교열에 인력 투입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 인원으로 조직하면서 기자들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식, 접근해야 한다”며 “종이신문의 여건이 좋아진다면 이를 감안해 채용 등 추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