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이 승인 심사 당시 내세웠던 사업계획 대부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점검 작업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종편 승인 심사 단계부터 이행 실적 점검까지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로 구성된 ‘종편 승인 검증TF’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종편 승인 조건 중 주요 항목 이행실적에 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종편 4개사의 사업계획 이행률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TF에 따르면 TV조선은 세부계획 110개 중 13개만 실제로 이행했으며, JTBC는 87개 중 14개, 채널A는 83개 중 12개, MBN은 78개 중 19개를 이행하는데 그쳤다.
특히 승인 조건의 주요 항목이었던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 방안’과 ‘소수 시청자 지원방안’과 관련한 사업계획은 대부분 이행하지 않거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방통위의 평가는 달랐다. 방통위는 지난 8월21일 종편의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두 항목에 대해 ‘전반적으로 성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검증TF는 “명백한 부실평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장 큰 원인은 방통위가 사업자가 제출한 보고서에만 의존해 이행실적을 점검하기 때문”이라며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이런 부실한 이행실적 평가 자료를 사용할 경우 또 한 번의 심각한 부실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종편 승인 심사부터 이행실적 점검까지 ‘페이퍼워크’에 의존한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는 게 검증TF의 총평이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는 종편 운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통위의 직무유기를 시민단체가 메우는 역할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3월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는 승인 심사와 이행실적 검증 결과 드러난 허점을 보완해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승인 심사 과정에서 사업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승인해준 것이 문제”라며 “사업 수행 능력과 주주 변경 내역 등을 다시 심사해서 기준에 못 미치면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도 “종편들이 승인 심사 당시 페이퍼워크로 장밋빛 계획만 늘어놓은 것이 확인된 이상, 재승인 단계에서 분명한 시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에서도 종편 퇴출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 8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초청 세미나에서 “종편 4개 중 2개는 재승인이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11일 토론회에서 “개인적으로 (종편 사업자) 하나 이상은 정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민변 언론위원장)는 “대부분의 사회 여론은 ‘대마불사’ 논리를 우려하고 있다”며 “재승인 과정에서 방송시장을 다시 한 번 재편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기준 미달 사업자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