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달 17일자 신문에 실은 ‘채동욱 아버지 전 상서(上書)’ 칼럼에 대해 뼈를 깎는 자기비판에 나섰다. 동아일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는 기자들의 들끓는 여론을 공개했다. 최영해 논설위원이 썼던 이 칼럼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소년이 채 총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띄었다.
최 위원은 칼럼에서 “한국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간첩 잡는 아저씨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못된 짓을 하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혼났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라며 “아버지, 근데 전 진짜 피 뽑는 것은 싫거든요”라는 등의 내용을 실어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동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10일 ‘공보위 광장’을 내고 “칼럼이 나가고 난 이후 기자들이 받은 수모와 조롱이 적지 않았다”며 “사기저하와 자괴감, 열패감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공보위가 편집국 기자를 대상(106명 회신)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80.2%의 기자가 ‘내용에 심각한 문제, 게재하면 안됐다’는 의견을, 10.3%는 ‘내용 문제지만 게재는 가능’이란 의견을 밝혀 90.5%의 기자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6.5%는 ‘기타’ 3%는 ‘특별한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공보위는 “채동욱 사건 주무팀인 사회부 법조팀은 조선일보가 특종을 터뜨리고 사건을 끌고 가는 와중에도 무리한 보도 대신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칼럼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런 노력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공보위에 따르면 대법원 고위관계자는 “동아일보라는 큰 언론사에서 이런 글이 걸러지지 않냐”고 지적했는가 하면 전 동아일보 기자 역시 “요즘 동아일보를 보면 게이트 키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판단력도 흐려진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공보위의 자체조사 결과 논설실은 “정상적으로 절차를 다 거쳤다”는 입장을 냈지만, 기자들은 “그게 더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보위는 “5판 마감이 끝나고 40판 회의 전까지 편집국 내에서는 해당칼럼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돌았지만 결과적으로 편집국 차원에서 논설실에 강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추석연휴 직전이어서 편집국 전체가 ‘절반 근무’ 체제라 근무강도가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편집국 부장 가운데 1명이 심규선 논설위원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밝혔다”며 “약간의 ‘톤다운’이 있었던 것은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심 논설위원실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어린아이가 받을 충격과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경우의 부당성을 호소하려던 것이었으나 취지와 달리 1인칭 전개 방식이 아이를 채 총장의 친자로 전제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독자와 사내외의 질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공보위 측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