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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재판 중인 사건 보도 불가" 논란

KBS 추적60분 '공무원 간첩사건'편 중징계 내릴듯
내란음모 사건·검찰 총장 혼외아들 보도는 무제한

김고은 기자  2013.10.09 1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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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또 다시 ‘표적심의’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심의규정에 관한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지나친 내용규제와 ‘청부심의’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지난달 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방송심의소위는 오는 16일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들은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열린 방심위 산하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가 다수 의견으로 법정제재를 주장한 바 있어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보도교양특위는 추적60분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측의 입장만을 대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를 위반하고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위반 혐의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방심위가 국정원 비호를 위해 표적 심의를 남발하고 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해당 방송은 국정원의 간첩 조작 의혹을 다룬 것으로 지난 8월31일 방송이 예정됐다가 갑작스러운 방송 보류 결정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KBS 심의실에서 방송 보류 판단의 근거로 든 것 역시 방송심의규정 제11조였다. 해당 조항은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심의규정의 논리적 모순과 모호함이 자의적 징계 남발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일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 공동 주최로 열린 ‘방송심의, 표적과 과잉으로 얼룩지다’ 세미나에서 박건식 MBC PD협회장은 “이렇게 된다면 방송에서 보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심층탐사보도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조건 소송부터 걸어놓게 되어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물론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은 모두 재판에 계류되어 있지만 방송은 엄청난 분량의 보도를 매일 쏟아내고 있다”며 “한마디로 방송심의규정 11조는 권력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봉쇄하는 방송 탄압의 도구로 전락해 온 것이 방송심의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직 방통심의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배심원이 아닌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법률가가 재판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조항은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며 “심의 내용이 오히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