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스럽다.” KBS기자협회의 보도국장 신임 투표 결의에 대해 김시곤 국장이 내놓은 입장에 대한 KBS 한 기자의 말이다.
김시곤 국장의 ‘편지’는 성난 기자들에게 기름을 부었다. “(TV조선에) 물먹었으면 미안해해야 한다”거나 “정치적 편향성” 운운하는 발언 등으로 기자들을 자극하며 이미 멀어질 대로 멀어졌던 국장과 일선 기자들 사이의 간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지난해 연말 보도국장에 취임한 이후 줄곧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김 국장에 대해 “KBS 뉴스를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고 권력에 추호라도 누가 되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고, 애써 취재한 특종의 방송을 막았으며, 국정원이나 새누리당의 앵무새 역할을 자처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보도 아이템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개입한 것은 ‘용산참사’라는 표현이었다. 그는 지난 1월 보도국 부장단 회의에서 “‘용산참사’라는 용어는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므로 ‘용산사건’으로 쓰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보도지침’ 논란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논란이 일자 ‘공약 파기’ 대신 ‘공약 수정’이란 표현을 쓰도록 한 것. “공약 파기가 아닌 공약 조정”이라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편성규약 ‘흔들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국장은 지난 3월 편성규약과 보도위원회 운영 세칙에 명시된 기자협회장의 편집회의 참석과 의견 개진에 대해 “편집권 침해”라며 제동을 걸었다. 당시 김 국장과 보도본부 간부들은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보도 및 편집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거나 그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자 외의 어떤 내, 외부도 편집권의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편집권을 사유화 한다”는 역비판을 받았다.
김 국장은 또 4일 공식 입장에서 “물먹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밝혔지만, 그 자신이 특종 보도를 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 입학 당시 성적이 조작됐다는 특종 취재에 대해 “특종이라고 뉴스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9시 뉴스에서 해당 아이템이 나가는 것을 불허했다. 이에 KBS 기자협회와 노조가 강하게 항의하자 “나중에 시끄러워질 것 같아 더러워서 내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 내역을 탐사보도팀에서 단독으로 취재했지만 “내용이 너무 약하다”며 9시 뉴스에 내보내지 않았다. 이후 정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산 신고 누락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김 국장과 관련된 논란은 이외에도 많다. 김 국장은 TV조선 보도를 톱뉴스로 두 꼭지나 인용 보도한데 대해 “꼼수보도를 한다고 세상이 속아 넘어가겠나. 정직하고 당당하게 인용 보도해야만 시청자들은 우리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월 KBS는 조세피난처 관련 뉴스타파의 특종을 인용 보도하면서 뉴스타파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국내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소개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또 ‘왜 종편보도를 검증도 없이 받았는가’란 지적에 대해 김 국장은 “종편보도라고 해도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라고 판단되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검증도 없이 받았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톱뉴스 처리에 대해서도 역시 “모든 중앙언론사들이 인용 보도할 만큼 뉴스가치가 매우 높아서”라고 설명했으나, 이날 같은 지상파인 MBC와 SBS 메인 뉴스는 채동욱 총장 퇴임식을 먼저 보도한 뒤 다섯 번 째 꼭지에 TV조선의 보도 내용과 채 전 총장의 반박 입장을 묶어 한 꼭지로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김시곤 국장은 1987년 공채 14기 기자로 KBS에 입사해 모스크바 특파원, 경제부 차장, 사회부 사건담당 데스크 등을 지냈다. 이병순 전 사장 취임 이후 경제팀장을 역임한 뒤 김인규 전 사장 시절 해설위원을 거쳐 보도국 취재주간을 지냈다.
한편 그밖에도 KBS 내부의 불공정 보도 논란은 적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이 시사제작국장의 지시로 불방 파문을 겪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의혹 사건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였다. 지난 7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질 당시 KBS 뉴스9는 한달 동안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일선 기자들의 불만이 누적돼 이번 사태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