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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MBC 앞에서 지역MBC 상여 미지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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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배분율 줄어 손실…통폐합 정지작업 의혹도지역MBC 구성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본사의 경영 간여가 심화되면서 지역MBC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바닥을 내리찍고 있다는 여론이다. 수십년간 지켜졌던 본사와 지역사 간의 상생과 공존의 네트워크 체제가 무너지고 관리와 통제의 지배 체제만 남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너나없이 들떴던 황금연휴를 지역MBC 구성원들은 우울한 기분으로 맞아야 했다. 해마다 추석이면 꼬박꼬박 지급되던 상여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MBC 18개사 가운데 12개사에서 추석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회사는 “체불이 아닌 지급 유보”라며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성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상여 미지급 사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7월에도 전국 14개사에서 경영 상황이 어렵다며 특별상여인 하계 체력단련비를 지급하지 않아 반발을 샀다.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한 비용 절감 조치에 가장 먼저 희생당한 것이 제작비와 임금이었던 것이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잇단 상여금 미지급이 노조와의 협의나 이사회 의결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본사의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특히 문제 삼고 있다. A 지역사 관계자는 “김종국 사장이 지난 6월 지역사 사장단과의 연찬회의에서 특별상여 300%를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B 지역사 관계자도 “MBC가 주식회사인데 상여금 지급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는 형식적인 절차조차도 지키지 않았다”며 “사장에게 물어도 본사의 명령을 따르는 형편이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는 잇단 지역MBC 임금 체불 사태에 대해 “김종국 사장의 지역MBC 죽이기 음모”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MBC노조는 “지역MBC는 김종국 사장의 취임 이전부터 이미 제작비 삭감 등 뼈를 깎는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김종국 사장과 지역사 사장들은 장기적인 경영 비전을 보여주기는커녕, 조금의 적자라도 발생하면 임금부터 깎으려고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성주 MBC노조 위원장은 “과거 경영이 어려울 때 노사 합의로 상여금을 반납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적은 없었다”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타개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인데, 각 사별 경영 상황의 차이를 무시한 채 본사가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달하는 방식에 지역 조합원들의 모멸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MBC에선 “본사가 지역의 존재감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한광 MBC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본사가 대주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역의 경영을 장악하고 임명권을 무기로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독립법인으로서 지역방송 역할을 충실히 해온 50년 지역MBC의 역사가 무시되고 자율경영의 기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의 자율경영 기반을 사실상 무너뜨린 것은 김재철 전 사장이지만, 김종국 사장은 말살된 구도를 더욱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사와 지역사의 수직계열화로 지역 사장들이 ‘식물 사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지역사 관계자는 “본사 사장이 상여를 주지 말라는 둥, 몇 퍼센트를 주라는 둥 세세한 기준까지 지시할 정도라면 지역 사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본사의 지시만 잘 따르면 3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니, 사장으로서의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지역MBC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MBC 장기 파업으로 본사의 광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역MBC의 광고 수익도 급감했고, 그 여파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광고 수익 감소는 제작 여건 악화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프로그램 경쟁력 저하로 다시 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지난 10년간 본사의 인력이 2~3% 줄어드는 동안 지역에서는 40% 가까이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C 본사에서는 “지역사의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할 자구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MBC들은 본사의 광고 독식 구조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미디어렙법 실시 이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방통위에 최근 5년간 MBC 광고 매출에 대한 지역MBC 각 사의 광고 매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MBC 네트워크 지원방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MBC 광고 매출의 36.8%가 지역에 분배돼야 하는데 현재 그 비율은 약 32%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종국 사장은 오히려 본사의 광고 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김한광 부위원장은 “광고 배분율 감소로 지역에서 240억원 정도 손실이 생긴 셈”이라며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사의 경영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MBC 안팎에선 김 사장이 지역의 위기감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내년 사장 선임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만만한 지역사를 희생 제물로 삼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역사 통폐합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란 해석도 있다. B 지역사 관계자는 “지역의 광고 수익을 줄여 지역사가 자구책으로써 통폐합을 추진하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창원·진주MBC 통폐합을 추진하며 반발을 샀던 김 사장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 스스로 통폐합을 추진할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강릉과 삼척, 청주와 충주는 겸임 사장으로 돼있어 통폐합의 불씨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상태다. MBC는 김재철 사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12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송 권역의 광역화가 필요하다”며 강릉-삼척MBC 통폐합을 추진한 바 있다.
한편 MBC노조는 26일 여의도 MBC 앞에서 지역MBC 조합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종국 사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상여 미지급과 관련해선 지역 4개사에서 238명이 회사를 상대로 체불 임금 지급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추가적으로 6개사에서도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