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문제로 쟁점이 되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이 벌어졌던 광주와 제주 지역에서는 축소, 편파 논란이 제기되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전남과 제주지역 신문들은 시도자치단체와 의회, 교육청, 유족회 및 유공자회 등 지역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일제히 “교학사 교과서 검정 즉각 취소”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이념을 드러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지역 신문들은 교과서에 5·18 당시 신군부의 발포사실과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란죄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누락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남도일보는 15일 칼럼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부 극우보수 인사들의 편견은 시위대의 폭력만을 강조했을 뿐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과 폭력은 다루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반면 친일세력들의 행각과 유신독재를 옹호하는 듯한 서술과 내용이 많다. 이들에게 교묘히 면죄부를 주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광주매일신문도 12일 사설에서 “어떤 이유로든 교과서는 정치적 의도를 담아서는 안 된다”며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대한민국 역사의 혼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쿠데타, 독재의 합리화에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4·3사건,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 피해자와 당사자의 반발이 거센 만큼 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일보도 교과서가 5·18민주화운동을 축소 기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일 사설에서 “5·18에 대해 다른 역사 교과서는 한 페이지 이상 싣고 있는데 비해 달랑 7줄 정도로 언급하고 있다”며 “신군부의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에게 발포한 사실과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처참한 피해 상황도 기술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전남매일신문은 4일 사설에서 “5·18 역사왜곡과 과거 군부독재 미화 등 이대로라면 한국 민주주의의 진통과 성장과정은 아예 배울 수 없게 된다”며 “갈수록 이념 대립이 격렬해지고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는 행위들이 기승을 부리는 판에 교과서마저 제 구실을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미래지향적 사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등일보도 3일 “사실이 왜곡되거나 잘못된 일들이 미화돼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혼란만 겪을 뿐”이라며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신문들도 교과서가 양민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3사건을 남로당이 주도한 경찰서와 공공기관 습격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들은 지난 2000년 여야가 합의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주일보는 16일 사설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와 대사전은 ‘제주4·3 특별법’에 규정된 정의와 다른 편파적인 해석으로 도민사회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폭력 주체가 국가라는 설명은커녕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것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히 이 출판사가 지난 4월 출간한 대사전에서는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심각한 오류가 발생됐다”고 덧붙였다.
제민일보도 13일 사설에서 “대규모 양민 학살의 희생을 경미한 것으로 서술해 진실을 축소하고 불가피한 것처럼 기술한 교학사의 교과서가 학교에서 사용되면 우리 아이들까지 지난날의 대립, 분열의 상처를 떠안는다”며 “역사를 배우는 것도 과거의 진실로부터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있다. 정부는 진실에 맞게 전면 개정하거나 검정합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